[이성필기자] 그야말로 적절한 시점에 터진 골이었다. 로테이션 시스템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기회가 왔을 때 탁월한 적응력으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사로잡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27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서 열린 '2011~2012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위건 애슬레틱전에서 5-0으로 이겼다.
'산소탱크' 박지성(30)은 선발 출장해 선제 결승골을 터트리고 마무리골에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맨유가 경기를 쉽게 풀어나가는데 공을 세웠다. 맨유는 박지성의 선제골을 바탕으로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의 해트트릭, 안토니오 발렌시아의 골까지 더해 대승을 거두며 승점 3점을 획득했다. 이날 웨스트 브롬위치와 0-0 무승부를 거둔 1위 맨체스터 시티와 승점이 같아진 맨유는 골득실에서 밀린 2위를 기록했다.
전반 8분 터진 박지성의 선제골은 감각적인 움직임이 돋보였다. 파트리스 에브라의 낮은 가로지르기를 힘 안들인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수비수가 몸을 날려 각도를 좁혔지만 소용없었을 정도로 슈팅 타이밍이 좋았다.
후반 33분 박지성의 도움도 성실성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위건의 수비가 헐거워진 틈을 타 순식간에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파고들었고 수비에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순간적인 스피드가 돋보였다.
경기 뒤 지역지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는 박지성의 플레이에 대해 '탁월한 골 결정력으로 팀의 편안한 승리를 이끌었다. 페널티지역에서 여러 개의 폐를 가진 것처럼 지칠 줄 모르는 활약으로 위건 수비진을 혼란에 빠뜨렸다'며 평점 8점의 호평을 했다. 스카이스포츠도 '선제골의 주인공'이라며 박지성에게 평점 8점을 매겼다.
박지성은 역대 박싱데이(Boxing Day) 때마다 좋은 활약을 하며 시즌 초반의 어려움을 날려버리고는 했다. 맨유 입단 첫 해인 2005년에는 웨스트브롬위치전에서 선제골을 넣었고 2006년 위건전에서도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올 시즌 박지성은 새로 영입된 애슐리 영을 비롯 발렌시아, 루이스 나니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특히 경쟁자인 영의 보조자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영의 부상으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준비된 자세와 집중력이 좋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팀내 부상자가 많아 퍼거슨 감독이 에브라를 중앙 수비수, 웨인 루니를 중앙 미드필더로 돌린 것도 박지성이 전방에서부터 수비에 가담하는 희생정신을 발휘해줘 가능한 전술이었다.
영은 향후 최대 3주 결장이 예상된다. 이번 위건전을 통해 박지성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줬다. 빡빡한 경기 일정 속에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은 그의 능력이 계속 발휘될 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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