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2011년은 해외파 한국 야구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았던 한 해였다. 단순한 관심이 아닌 큰 기대의 시선이 해외파 선수들에게 쏠렸으나 결과는 실망스럽기만 했다.
요미우리에서 부진을 이어가던 이승엽이 오릭스로 둥지를 옮겼고, 박찬호도 메이저리그 생활을 청산하고 전격적으로 오릭스에 입단했다. 이승엽과 박찬호가 한 팀에서 뛰게 되는 꿈같은 현실이 이루어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바 롯데에서 2년째를 맞은 김태균과 야쿠르트의 수호신 임창용, 라쿠텐에 입단한 김병현 등 일본파는 화제 만발이었다. 물론 메이저리그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한 추신수(클리블랜드)에게도 큰 기대가 모아졌다.
그러나 정작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선수는 임창용뿐이었다. 일본 진출 4년째를 맞은 임창용은 4승2패32세이브 평균자책점 2.17의 성적을 거두며 야쿠르트가 센트럴리그 2위에 오르는데 공헌했다. 시즌 전 목표로 했던 구원왕, 일본시리즈 우승은 모두 아쉽게 놓쳤지만 리그의 수준급 마무리로서 손색없는 활약이었다.
특히 임창용은 선동열 감독의 일본 통산 98세이브 기록을 뛰어넘어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선 감독의 기록과 일본 통산 100세이브 고지도 훌쩍 뛰어넘었다. 올 시즌까지 일본에서 128세이브를 기록한 임창용은 한-일 통산 300세이브에도 4개 차로 다가섰다. 내년 시즌에 무난히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다.
나머지 선수들은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이승엽은 홈런 15개를 터뜨리며 51타점을 기록했지만 2할1리의 타율로 2할 타율에 겨우 턱걸이하는데 그쳤다. 5월에는 극심한 부진으로 한 차례 2군행을 지시받기도 했다.
박찬호 역시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채 1승5패 평균자책점 4.29의 기대에 한참 못미치는 성적에 머물렀다. 부진과 햄스트링 부상 등으로 두 차례나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5월 29일 등판을 마지막으로 결국 1군 마운드를 다시 밟지 못했다. 국내 팬들이 기대했던, 박찬호가 마운드에 서고 이승엽이 1루를 지키는 경기는 겨우 7경기 밖에 성사되지 않았다.
김태균도 부상에 울어야 했다. 손목, 허리에 부상이 겹친 김태균은 2할5푼의 타율에 단 1개의 홈런, 그리고 14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결국 김태균도 6월 중순 1군에서 등록말소된 이후 허리 통증이 심해져 아예 한국으로 귀국해버렸다. 2010년 타율 2할6푼8리 21홈런 91타점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일본 데뷔 시즌을 보냈기 때문에 실망은 더욱 컸다.
라쿠텐에 입단한 김병현은 단 한 번도 1군 마운드를 밟지 못하고 시즌을 접었고, 추신수는 2년 연속 3할타율을 뒤로 하고 타율 2할5푼9리 8홈런 36타점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음주운전이 적발되며 홍역을 치르기도 했고 이후에는 손가락과 허리 부상이 있따르는 불운이 계속된 한 시즌이었다.
이들 가운데 내년에도 올 시즌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될 선수는 임창용과 추신수 뿐이다. 박찬호와 김태균은 한화 유니폼을 입었고, 이승엽은 삼성으로 복귀했다. 세 선수가 한꺼번에 한국 무대로 유턴했고 김병현은 아직 소속팀을 구하지 못했다.
이제는 이대호에게 올해 해외파 선수들이 남긴 아쉬움을 풀어주길 기대해야 한다. 올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은 이대호는 오릭스와 2년간 총액 7억6천만엔(약110억원)이라는 대형 계약을 맺고 일본 무대를 밟게 됐다.
다음 시즌 해외 리그에서 뛰게 될 선수는 임창용과 추신수, 이대호 셋 뿐이다. 우울했던 올 시즌 해외파의 활약상을 뒤로하고 이들이 한국 야구의 매운 맛을 제대로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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