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문규현(롯데)의 목소리는 밝았다. 이 즈음 롯데 선수들은 연봉협상에 대해 언제나 민감하게 반응하곤 했지만, 재계약을 마친 그는 "만족스럽다"고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실제로 연봉이 100% 인상됐으니 미소가 절로 나올 만하다.
롯데는 지난 20일 처음으로 그동안의 연봉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재계약 대상자 64명 중 50명의 선수와 일사천리로 계약을 체결했고, 재계약률은 78%에 달한다.
그 중 문규현이 가장 눈에 띈다. 2011 시즌 4천200만원을 받았던 문규현은 이번 협상에서 100% 인상된 8천400만원에 수긍하며 연봉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문규현은 올 시즌 125경기에 출전하면서 타율 2할4푼2리 2홈런 39타점 5도루를 기록했다. 1군 주전 선수로서는 그리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그로서는 출장 경기수만으로도 의미가 깊은 한 해다.
2002년 2차 10라운드 전체 78순위로 입단하면서 사실상 기대주에도 미치지 못한 2군급 선수로 출발했지만, 꾸준히 노력한 결과 올해 '주전'으로 거듭나면서 인정을 받았다. 프로 10년차가 되던 해에 그토록 원하던 당당한 1군 선수가 된 것이다.
게다가 한 여름에는 이대호의 부진을 어느 정도 메워낼 만큼 뛰어난 공격력을 선보여 박수를 받기도 했다. 4월~6월까지 1할대 타율로 고개를 떨궜던 문규현은 7월 4할2푼3리로 미친 듯한 존재감을 선보였고 8월과 9월에도 각각 2할9푼5리, 2할9푼6리를 기록하며 제 역할을 다해냈다.
또 까다로운 포지션인 유격수로서의 임무도 무난하게 소화했다. 16개의 실책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종종 보여준 명품수비를 비롯해 안정된 수비로 롯데의 내야를 책임졌다. SK와의 플레이오프서도 문규현의 수비력은 빛났다.
그 결과 롯데 구단측은 고과를 반영해 100% 인상안을 제시했고, 문규현은 트러블 없이 곧바로 도장을 찍고 구단 사무실을 나올 수 있었다.
수화기 너머로 문규현은 거듭 만족스럽다는 표현을 했다. 그는 "16일 계약했다. 사실 나도 8천만원대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주위에서는 구단이 그렇게 안올려줄 것이라고 하더라"며 "그런데 (협상테이블에) 가자마자 그렇게 제시를 하셨고, 마음에 들어 그냥 도장을 찍었다"고 협상과정을 설명했다.
다만 아쉬움도 있다. 연봉협상 결과는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문규현은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무산과 개인 목표 달성에 실패해 '최고의 해'라고는 표현하지 않았다. 개막 당시 문규현은 수비 안정과 함께 타율 2할6푼 이상을 정조준했다.
이제 문규현의 내년 시즌 후 목표는 당연히 억대연봉자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다. '목표가 저절로 정해진 것 아니냐'고 묻자 문규현은 "그렇게 됐다"고 기분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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