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유니폼을 또 입을 줄은 몰랐네요." 7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열린 '2011 야구인의 밤' 행사에 참석한 박민우(NC 내야수. 휘문고졸업예정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늘 함께 했던 휘문고 유니폼이 영 어색하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전 운동까지 하고 2시 비행기 타고 온 거에요. 오늘 집에서 자고 내일 다시 훈련에 합류해요." 박민우는 올해 첫 시행된 고교야구 주말리그에서 총 16경기에 출전, 65타수 31안타 타율 4할7푼7리를 기록, 고교타자 중 최고 영예의 상인 '이영민 타격상'의 주인공으로 선정돼 행사에 참석했다. 그러나 상을 받는다는 기쁨보다는 새 소속팀 NC의 마무리캠프 기간 중 '당당히' 외박을 한다는 점을 더 기대하는 눈치였다.
올해 열린 신인드래프트에서 박민우는 전체 9번으로 NC 다이노스에 지명을 받았다. 이는 전체 1번 하주석(한화. 내야수)에 이어 고졸야수 중에서는 2번째에 해당된다. 이미 청소년대표로 선발되어 공수주에서 확실한 유망주로 평가받아 프로행은 확실했지만 1라운드 지명까지는 본인조차 기대하지도 예상하지도 않은 결과였다.
"고2 때 전체타격 순위를 보니까 10위에 턱걸이했거던요. 그 땐 이영민 타격상은 꿈도 꾸지 않았죠. 3학년이 되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했죠." 매 경기 자신의 개인 기록을 노트에 적어놓고 체크를 하면서 시즌 중반 이후부터는 타격관리를 했지만 다른 선수들의 성적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어 자신이 수상자로 선정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타격 랭킹을 보니까 (강)구성이랑 (김)성욱이가 2위-3위 했더라구요. 저희 NC 선수들이 다 휩쓸었어요." 박민우는 'NC'라는 단어에 힘을 주며 자랑스러워했다.
"저의 목표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참가죠. 계약금 받은 신인이라고 무조건 데려간다는 보장은 없잖아요. 2루에 6명이 있거든요. 그 중에 제가 가장 어리고… 역시많은 경험이 있는 선배들의 수비 모양도 예쁘고 플레이도 여유가 있는 거 같아요. 전 완전 바닥을 기었죠 뭐."
고교무대에서는 방망이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도루도 22개나 기록하며 전후기 리그 도루상을 석권하기도 했지만 막상 프로에 와 훈련해보니 지금은 2루 베이스가 멀어보이고 타구를 쫒아가는 것도 버거운 느낌이라고 했다.
"17일에 훈련이 끝나요. 강진에서 너무 잘하려고 오버페이스 해서 망했어요. 제주도 와서 조금씩 조절하게 되었어요. 마음도 좀 편해지고… 하루 이틀 야구할 거 아니니까 길게 봐야죠. 이제 조금씩 깨닫고 있어요."
역대 이영민 타격상 수상자들이 대부분 기대만큼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고 사라진 경우가 많다는 걸 그도 알고 있었다. "신경 쓰지 않으려구요. 그냥 타격 1위라서 받은 것뿐이라고 가볍게 생각하려구요. 애들이 저보고 (제주도에) 오지 말래요. 오지 말라니까 더 빨리 가야 할 것 같아요."
박민우는 잘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잘하라고 주는 상이라고 여기고 감사히 받겠다고 했다. 녹녹치 않은 프로의 벽을 하루하루 깨닫고 있는 고졸 신인에게 시상식 참가는 그저 기쁜 행사가 아닌 자신을 다잡는 기회가 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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