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일단 한 번은 만났고, 기분좋게 헤어졌다. 롯데와 이대호가 '결판'을 앞두고 성공적인 탐색전(?)을 치르면서 협상테이블의 막을 올렸다. 이제 17일, 두번째 만남에서 롯데는 구체적 금액을 제시하고, 이대호는 팀 잔류여부를 확정할 생각이다.
롯데와 이대호는 지난 15일 부산시내 모처에서 처음으로 마주앉았다. FA 자격을 획득한 이대호는 10일부터 19일까지 열흘 동안 원소속구단인 롯데와 우선협상을 벌일 수 있는 상황. 다소 늦은 만남일 수도 있지만, 양 측은 신중한 태도를 취하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했고, 이날 식사를 하면서 여러 얘기를 나눴다.
이 자리서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지만,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서로간 근황과 안부 등 얘기를 나눈 롯데와 이대호는 17일 다시 만나 구체적인 금액을 놓고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이제 롯데로서는 내부적으로 책정된 제시금액을 다시 검토하는 일이 남았고, 이대호는 이를 수용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결국 관건은 롯데가 얼마를 제시하느냐다. 이를 놓고 롯데 구단도 많은 고민에 쌓여있을 수밖에 없고, 그 동안 골머리를 앓아왔다. 역대 국내선수 최고 대우에 해당하는 '60억원+알파'라는 기본방침을 정해놓고 접근하려 했지만, 이조차 이대호 영입에 적극적인 의사를 나타낸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가 2년 5억엔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난감해졌다. 국내 구단으로서는 도저히 맞불을 놓기 어려운 금액인 것이다.
구단 전체 예산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고, 동시에 간판 중의 간판스타 이대호의 자존심도 세워줘야 한다. 롯데는 "국내 최고대우로 계약한다"는 방침을 정해놓았지만, 금액 책정이 쉽지가 않다.
이대호는 2010 시즌 전무후무한 타격 7관왕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 역시 3관왕에 올랐다. 때문에 팀내 4번타자를 넘어 최근 수 년간 대한민국의 4번타자로 우뚝 선 이대호의 FA계약은 올 시즌 내내 롯데 구단 측의 고민거리였다. 전준우, 손아섭이 성장하긴 했지만 홍성흔, 조성환 등의 노쇠화로 인해 이대호의 가치가 더욱 높아진 가운데 그의 이탈은 롯데로서는 치명적인 공격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탓이다. 또 이대호가 롯데에서 갖는 상징성은 몸값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 동안 연봉협상과정에서 보여준 좋지않은 이미지도 있어 구단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일단 기존 역대 최고대우는 2005년 심정수가 현대에서 삼성으로 FA 이적할 당시 받은 총액 60억원. 여기에 플러스알파를 감안하고 있지만, 이대호가 6년 전 수준과 비교해 만족할지는 사실 미지수다.
어찌됐건 시간은 흘렀고, 첫 만남까지 치른 후다. 17일 만나 구체적인 금액을 놓고 협상을 하기로 약속을 했다. 고민의 바다에서 표류하던 롯데가 이제 칼을 뽑아드는 셈이다.
과연 롯데가 이대호와의 협상을 준비하면서 언급한 '국내 최고대우'의 몸값은 어느 정도일까. 이대호가 17일 곧바로 계약서에 사인을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우선협상 마감시간인 19일까지 이틀간 심사숙고할 시간은 더 있다. 롯데가 제시할 금액이 야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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