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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7년 특별인터뷰]김기태 LG 감독, "독이 든 성배? 해독제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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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의기자] '독이 든 성배'라고 표현되는 LG 트윈스의 감독직을 맡게 된 김기태 신임 감독이 '조이뉴스24'의 창간 7주년을 맞아 특별 인터뷰에 응했다. 김기태 감독은 "이제 선수들이 해독제만 만들면 된다"며 신임 감독으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김기태 감독은 LG의 마무리캠프가 펼쳐지고 있는 구리 2군 훈련장에서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벌써부터 내년 시즌 구상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김기태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LG의 10년만의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감독은 도울 뿐'···감춰진 기량 끌어올려야

김기태 감독은 선수들과 첫 상견례에서 "(마무리)훈련을 하고 싶은 선수만 이름을 적으라"고 말했다. 억지로 하는 훈련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선수들은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지원서에 이름을 적었다. 김기태 감독도 내심 놀라면서도 기뻤다.

물론 선수들은 강압 아닌 강압으로 느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의 의중은 말 뜻 그대로였다. 선수들 스스로 필요에 의한 훈련이어야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단, 일단 참가한다면 스스로 한계를 시험할 수 있는 강도 높은 훈련이 기다리고 있다. 김기태 감독의 도움과 함께 말이다.

김기태 감독은 LG의 전력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올해 6위 하지 않았냐"고 대답했다. 결국 성적이 말해준다는 것. 그러나 김 감독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실력을 더 보여줄 수도, 덜 보여줄 수도 있다"며 "자기도 모르는 기를 끌어내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선수가 돼야 하는데 나는 그것을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의 숨은 기량을 끌어내는 것이 자신의 몫이고, 그것이 곧 LG의 성적으로 연결된다는 이야기다.

◆마음의 동영상을 2개 찍어 봐라

김기태 감독은 인터뷰 내내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에 비해 팀 성적이 나지 않았던 LG에 꼭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다.

김기태 감독은 지난 2009년 10월 2군 감독을 시작으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올 시즌 도중 1군 수석코치로 보직을 옮긴 뒤 시즌 종료 후에는 감독으로 승격됐다. 2년 이상 LG라는 팀을 직접 격으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밖에서 보는 눈이 맞지 않겠냐"며 "그런 시선을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LG는 근성, 팀워크 등의 단어와는 거리가 먼 팀이었다. 적어도 밖에서 보는 시선은 그랬다. 김 감독은 결국 그런 외부 시선을 인정한 셈이다.

인정했으면 고쳐야 한다. 김기태 감독은 선수들의 마음가짐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2군 감독으로 있을 때부터 선수들에게 이 이야기를 많이 했다. 마음의 동영상을 2개 찍어 보라고. 하나는 정말 최선을 다하고 피땀 흘리며 훈련하고 있는 모습, 또 하나는 숙소에서 잠이나 자고 피씨방 가서 담배나 피우고 놀고 있는 모습. 어릴 때부터 뒷바라지 하면서 고생하신 부모님에게 보여드렸을 때 과연 어떤 동영상을 보고 부모님이 기뻐하시겠는가. 본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그라운드에 돈이 널려 있는데 왜 안 줍느냐. 여기(구리)에서 잠실로 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앞으로 10년 후 연봉을 생각해라. 안된다고 생각하지 마라. 해봐야 실패라는 단어도 나오는 것이지 안 해보면 실패도 모른다."

훈련하며 흘리는 땀이 곧 미래의 연봉이다. 그라운드에 돈이 널려 있다는 것은 흘리는 땀에 비례해 자신의 연봉이 높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김기태 감독은 "마음 속 동영상을 통해 정직하게 살고 있는가, 자신과 타협하며 살고 있는가 스스로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빅볼도 스몰볼도 아니다, 한국식 근성의 야구

일본 요미우리에서 코치 경험이 있는 김기태 감독은 과연 일본식 섬세한 스몰볼을 구사할까, 아니면 메이저리그식 선 굵은 빅볼을 지향할까. 김기태 감독의 대답은 "둘 다 아니다"였다.

김기태 감독은 "빅볼, 스몰볼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점만 받아서 빅볼이 필요할 때는 빅볼을, 스몰볼이 필요할 때는 스몰볼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굳이 한쪽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이어 김 감독은 "미국사람은 미국야구, 일본 사람은 일본야구, 그리고 한국 사람은 한국야구를 해야 한다"며 "그라운드, 선수, 기후 등 모든 조건이 다르다. 그 조건에 맞는 야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굳이 '김기태 야구'의 색깔을 정의한다면 '근성의 야구'가 될 전망이다. 이는 코칭스태프의 조각에서도 잘 드러난다. 김기태 감독은 조계현 전 두산 코치를 수석코치로 영입한데 이어 KIA의 작전-주루 코치였던 최태원 코치도 합류시켰다.

조계현 코치는 현역 시절 '싸움닭'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했고 최태원 코치는 '철인'이라 불리며 역대 최다 연속경기 출장 기록(1천14경기)을 보유하고 있다. 김기태 감독은 이들 코치들을 영입한 이유로 '근성'을 꼽았다.

"왜 두 코치를 영입했겠는가. 모두 독하게 야구를 했던 사람들이다. 최태원 코치랑은 룸메이트도 해봤지만 아침마다 '죽겠다'고 하면서도 경기에 나선다. 끊어지고, 부러지고, 찢어져야 정말 부상이다. 몸이 조금 아프다고 해서 스스로 자신과 타협하고 미리 결정하면 안된다."

김기태 감독은 근성과 함께 LG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가치, 팀워크에 대한 생각도 드러냈다.

"눈 앞의 작은 것에 연연하지 말고 세상을 크게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주연만 연기를 잘 한다고 영화가 흥행하지 않는다. 조연, 엑스트라까지 다 조화를 이뤄야 한다. 영화가 망한다고 해도 주연은 높은 개런티를 받겠지만, 다음번 영화에 출연하기가 어려워지지 않겠나. 의무감, 희생, 배려 등이 뒤따라야 팀워크가 생긴다."

◆마무리 투수가 제일 과제, 내야진도 새 틀

LG는 올 시즌 마무리 투수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었다. 시즌 중 넥센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송신영을 영입하기는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김기태 감독도 팀의 마무리를 해결해야 할 제일 과제로 여기고 있었다.

김기태 감독은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마무리"라며 "7~9회를 확실히 막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쉽게 말해서 3명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각 1이닝 씩 7~9회를 막아낼 투수가 3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내야 수비도 LG의 아킬레스건이다. 특히 내년 시즌에는 박경수의 군입대로 내야에 큰 구멍이 뚫린다. 주전 유격수 오지환의 수비력에도 의문부호가 떨어지지 않는다. 김 감독은 "유지현 코치에게 (오)지환이를 내야 여러 포지션을 맡겨보라고 말해 놨다"며 오지환의 포지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어 김기태 감독은 FA 영입에 대해 "감독 욕심에 다 탐이 나지만 우리 팀 선수들과의 균형을 생각해 심사숙고하겠다"고 구체적인 언급은 삼갔다. 또한 트레이드에 대해서도 "필요성은 느끼지만 내 욕심만 가지고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마무리 훈련 경과를 보면서 선수 구성을 맞춰 보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팬들 반응 이해해, "내가 풀어야 할 과제"

김기태 감독은 선임 당시 LG 팬들의 환영을 받지 못했다. 환영은커녕 실망감을 드러내는 팬들이 많았다. '야신' 김성근 전 SK 감독이 LG 사령탑으로 온다는 루머 때문이었다.

이같은 사실을 김기태 감독도 잘 알고 있었다. 김 감독은 "팬들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다 LG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니까 하는 말"이라며 "팬들에게 그런 자격이 있기 때문에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내가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사실 LG 감독직은 김기태 감독에게도 부담스러운 자리다. '독이 든 성배'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아직 젊은 김기태 감독이 상황을 봐서 보다 안정적인 감독직을 맡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김기태 감독은 "어려운 팀을 맡아 성적을 올리는 것이 보람이 더욱 클 것"이라며 "어려움을 피해가는 것은 재미가 없다. 큰 보람은 어려움을 이겨냈을 때 느낄 수 있다. 지금까지 쉽게만은 살지 않았다. 과정이 험난할 것이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다. 이겨내지 못할 것 같았으면 맡는다고 하지도 않았다"고 당당하게 대답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2012년은 LG 트윈스가 가을야구에 초대받은지 딱 10년째 되는 해다. 김기태 감독은 애써 목표를 입 밖에 내지 않았다. LG의 목표가 10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미 독이 든 성배를 마셔버린 김기태 감독. 선수들이 해독제를 만들어줄 것이라는 그의 말에서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 10년, 김기태 신임 감독이 이끄는 LG 트윈스는 과연 어떻게 변하게 될까.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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