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중고' 신인 전성시대다. 지난 3년간에 이어 올 시즌도 중고 신인왕 탄생이 유력하다. 4년 연속이다. 순수 신인의 신인왕급 활약은 씨가 말랐다. 그만큼 최근 한국 프로야구는 신인이 바로 1군 무대에 적응해 성적을 내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중고 신인이란 프로 입단은 진작에 했지만 1군 경기 출장이 적어 신인왕 수상 자격을 갖춘 선수들을 의미한다. 입단 후 5년 이내 투수의 경우 30이닝 이하, 타자는 60타석 이하의 기록을 남긴 선수들에게는 신인왕 수상 자격이 주어진다. 반드시 그 해에 데뷔한 선수들만 신인왕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최초의 중고 신인왕은 1989년 박정현(태평양)이다. 프로에 데뷔했던 1988년 18.2이닝을 던지는데 그쳤던 박정현은 이듬해 19승(2세이브 10패)을 거두며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박정현 이후로는 1995년 이동수(삼성)와 2003년 이동학(현대)이 중고 신인왕 대열에 합류했다.
2007년 임태훈(두산)이 수상하기까지는 중고 신인왕이 탄생하는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았다. 25명 가운데 3명, 12%의 비율이었다. 그러나 최근 3년 동안은 100%다. 2008년 최형우(삼성), 2009년 이용찬(두산), 2010년 양의지(두산) 등 중고 신인들이 신인왕을 휩쓸었다.
올 시즌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삼성 배영섭의 신인왕 수상이 유력하다. 배영섭은 2009년에 입단해 지난해 1군 무대를 처음 밟았다. 24타수 7안타(타율 2할9푼2리)가 1군에서 남긴 성적의 전부였기 때문에 신인왕 자격을 유지했고, 올 시즌 삼성의 '톱타자'로 맹활약하며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배영섭의 올 시즌 성적은 타율 2할9푼4리(340타수 100안타) 2홈런 24타점 51득점 33도루. 두 번이나 부상을 당하며 규정타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높은 타율과 도루 전체 3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톱타자로서 만점 활약을 펼쳤다. 한국시리즈에서도 2차전 결승 2타점 적시타를 비롯해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삼성의 우승에 기여했다.
배영섭과 함께 신인왕 후보로 확정된 선수는 LG 투수 임찬규다. 임찬규는 휘문고를 졸업하고 올 시즌 입단한 순수 신인이다. 임찬규의 올 시즌 성적은 9승7세이브6패 평균자책점 4.46. 주로 불펜에서 활약했던 임찬규는 팀 사정상 마무리 보직을 맡는 등 LG 불펜의 실질적 마당쇠 역할을 담당했다.
10승을 채우지 못한 것과 9월 이후 난조를 보이며 3점대였던 평균자책점이 4점대로 치솟은 것이 아쉬운 대목이다. 전반기까지만 7승을 거두며 독보적인 신인왕 후보였지만 팀 성적의 하락과 함께 임찬규의 개인 성적도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올 시즌 입단한 신인들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풀타임으로 1군 무대를 소화하며 가능성을 엿보였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올 시즌 신인왕은 오는 7일 기자단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우승 프리미엄까지 등에 업은 배영섭의 수상이 유력한 상황이다. 4년 연속 중고 신인왕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순수 신인 임찬규의 도전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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