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삼성 오치아이 투수코치는 진지했다. 활기넘치고 축제분위기인 삼성 덕아웃에서 홀로 진지한 분위기였다. 삼성 마운드를 책임지고 있는 그로서는 우승을 확정하는 그 순간까지 마음을 놓을 수가 없는 것이다.
삼성은 31일 잠실구장서 SK와 한국시리즈 5차전을 갖는다. 여기서 승리하면 대망의 'V5'다. 1985년 통합우승, 그리고 2002년, 2005년, 2006년 이후 구단 사상 5번째, 한국시리즈 사상 4번째 우승이다.
1, 2차전과 4차전을 승리한 삼성은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크게 유리한 상황. 때문에 류중일 감독을 비롯해 삼성 선수단은 벌써부터 우승을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SK 덕아웃도 패배를 인정하는 듯한 가라앉은 분위기. 모 SK 직원은 "4차전에서 승리했다면 (역전이)가능했겠지만, 그 때 패해 어려워졌다"고 삼성의 우세를 씁쓸하게 인정했다.
하지만 삼성 선수단에서 유독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오차아이 에이지 일본인 투수코치였다. 투수왕국 삼성, 그리고 한국시리즈 우세를 가능하게 했던 투수력을 이끈 오치아이 코치로서는 그 어떤 이보다 책임감이 클 수밖에 없다. 우승이 확정되고 축포가 터지기 전까지는 결코 방심해서는 안된다. 실제로 오치아이 코치는 이런 점을 지적하면서 더욱 눈에 힘을 줬다.
잠실 5차전을 앞두고 훈련을 끝낸 후 원정팀 측 복도에서 경기 유니폼으로 갈아입는 오치아이 코치에게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네자 웃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이날 그런 인사를 많이 받은 까닭에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이다. 오치아이 코치는 "아직이다. 아직"이라며 "절대 방심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상대가 난적 SK인 점이 오치아이 코치의 마음에 걸린다. SK의 뒷심과 끈기를 잘 알고 있는 그로서는 상대에게 반격의 불씨를 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지 잘 알고 있다. 오치아이 코치는 "아직 우승한 것이 아니다. SK는 연습량이 매우 많은 팀이다. 그런 팀은 무언가가 있는 팀이고, 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있다. 힘들 때 실력을 내보인다"며 "끝날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오치아이 코치는 "지금 난 (질 때를 감안해) 내일과 모레 로테이션을 생각해야 한다"고 "6차전은 매티스가 선발이 될 것"이라고까지 언급했다. 5차전에서 끝내겠다는 류중일 감독의 자신감과는 달리 오치아이 코치는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하고 있는 셈이다.
축제 분위기 속에 홀로 진지한 오치아이 코치. 그런 태도로 인해 삼성의 우승확률은 더욱 높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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