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사자군단'의 포효가 잠실벌에서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삼성을 응원하는 푸른물결 속에 선수단은 얼싸안았고, 화려한 축포가 가을 하늘을 수놓았다. 삼성 라이온즈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순간이다.
삼성은 31일 잠실구장서 열린 SK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선 선발 차우찬의 7이닝 무실점 호투 속에 강봉규의 솔로홈런 한 방과 오승환의 깔끔한 마무리를 앞세워 1-0으로 승리했다. SK는 끝까지 추격의지를 버리지 않았지만, 역시나 막강한 삼성의 '철옹성 불펜진'을 뚫지 못했다. 1, 2차전 연승 후 4, 5차전을 또 내리 쓸어담으며 삼성은 2011년 페넌트레이스 뿐만 아니라 한국시리즈 정상까지 모조리 접수했다.
특히 삼성의 올해 우승이 더욱 의미 있는 것은 바로 프랜차이즈 스타 류중일 감독 체제로 일궈낸 쾌거이기 때문이다. 일명 '순혈삼성'으로는 처음으로 경험한 한국시리즈 우승인 것이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역사는 암울했다. 1982년 프로 원년부터 현재까지 최고의 명문팀으로 인정받을만큼 뛰어난 성적을 거둬왔지만 정작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삼성은 약하기 그지없었다.
삼성은 김영덕 감독 시절인 1985년 한국시리즈 없이 전후기 통합우승을 달성한 이후 2001년까지 한 번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1982년 원년 이후 2001년까지 7회나 한국시리즈에 나섰지만 모조리 분루를 삼켰다. 그야말로 '우승노이로제'에 걸린 삼성이었고, 한국시리즈 무대에만 서면 유독 불운이 따라 마지막 감격을 누리지 못했다.
이후 한국시리즈에서 첫 우승한 해가 바로 김응용 감독시절인 2002년이었다. 당시 삼성은 LG를 만나 4승 2패로 꿈에도 그리던 소원풀이에 성공했고, 이후 선동열 감독체제인 2005년(두산)과 2006년(한화) 연속 우승으로 'V4'까지 내달렸다. 이후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다시 강호의 모습에만 만족해야 했다. 2010년에는 한국시리즈에 다시 진출했지만, SK에게 4연패로 탈락한 아쉬움은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올 시즌 삼성은 새로운 모습으로 출발했다. 사실상의 '색깔찾기'로 인해 지난해 12월말 선동열 전 감독을 용퇴 형식으로 내보내고 프랜차이즈 스타인 류중일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이에 앞서 김응용 사장과 김재하 단장의 동시 교체도 추진했다. 사장과 단장의 교체 이후 선동열 감독의 용퇴까지 이어진 수순은 누가 봐도 순혈을 되찾겠다는 삼성그룹 측의 의지로 풀이됐다.
그리고 류중일 감독 체제의 삼성은 첫 해부터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놀라운 쾌거를 이룩해냈다. 13년간 선수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고, 11년 동안 삼성 코치생활을 한 '순혈 삼성' 류중일 감독의 지휘아래 당당히 정상을 차지한 것이다. 이는 20세기까지 삼성이 그토록 원했던 시나리오였다.
도저히 한국시리즈의 벽을 넘지 못해 전성기 해태를 이끌었던 김응용 및 선동열 감독을 영입해 소원을 풀었던 삼성. 그래서 류중일 감독 체제 하에서의 우승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니는 것이 분명하다. 삼성의 'V5'는 특히 대구팬들에게 더욱 감격적으로 다가올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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