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전라북도 완주군 봉동읍 율소리에는 전북 현대의 연습장이 있다. 2006년 전북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당시만 해도 천연잔디 1면을 제외하면 뒤로는 야산이요, 앞으로는 논이 펼쳐져 있었다. 훈련 중 볼이 밖으로 나가면 찾아다니느라 진땀을 흘리기 일쑤였다.
최근에는 훈련장 뒤로 공사용 레미콘 차량이 쉼 없이 드나들고 있다. 그렇게 기다렸던 클럽하우스가 내년 말을 목표로 지어지고 있다. 아시아 정상과 2009년 K리그 우승의 결과물로 고대하던 클럽하우스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성적도 좋고 인프라도 갖춰지고…명문팀 위해 남은 것은 무엇?
클럽하우스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선수단 숙소는 기본이요, 하프돔이 생겨 우천시에도 실내 훈련이 가능하다. 치료실과 수영장 등 재활 시스템도 구축해 부상 선수들이 서울로 가지 않고 숙소에서 재활에 몰두할 수 있게 했다. '명품구단'을 부르짖던 최강희 감독의 일관된 목소리가 실현을 앞두고 있다. 전북의 클럽하우스가 완공이 되면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파주NFC) 못지않은 시설로 평가받을 수 있다.
두 차례의 우승으로 얻어낸 최첨단 클럽하우스지만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은 아직도 배고프다. "만약 올 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동반 우승을 이뤄내면 이번에는 모기업에 무엇을 요구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전혀 흔들림없이 "욕심은 끝이 없다"라며 뭔가 더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 감독은 "챔피언스리그 우승하고 좌절했었다. 팀도 개편하고 클럽하우스도 생겼으면 했는데 당시 모기업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 다행히 2009년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동반 우승해서 이슈가 됐다"라고 과거 얘기를 꺼내들었다.
새로운 '요구사항'은 쉽게 꺼내지 않았다. 그는 "이제는 성적도 좋아졌지만 인프라까지 갖춰지면서 명문팀으로 가고 있다. 한두 해 반짝 성적에 그치지 않고 K리그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고 싶다. 지도자가 우승컵을 많이 가져다 놓는다고 해서 좋은 지도자일 수는 없다"라고 지론을 펼쳤다.
무엇보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팀으로도 좋은 선수들이 많이 올 수 있는 인식의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최 감독은 "팀의 색깔이 뚜렷한 팀을 만들고 싶었는데 아직 마무리가 덜 됐다. 잘 되면 전북이 K리그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며 "꾸준하게 스타일을 고수하니 알 이티하드 원정에 가서도 역전승을 하지 않았느냐"라며 전북 특유의 축적된 힘이 선수들에게 오고 싶어하는 구단으로 꼽히는 것 같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했다.
최 감독이 생각하는 명문팀의 조건은 늘 정상권에서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챔피언스리그 나가지 않느냐. 7~8위도 잘 안 한다"라고 못박았다.
장기적인 시즌 운영도 명문팀을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그는 "1년에 40~50경기를 하다가 보면 약팀에 대량실점하며 패할 수도 있는 경기가 5경기 정도 나온다. 축구가 의외성이 있어서 그런 일은 항상 있다"라며 "나머지 30~40경기는 자기 전력의 90%를 항상 발휘해야 명문팀이다. 전북이 늘 상위권에 머물며 팬들에게 질 좋은 경기를 보여주고 사랑받아야 한다"라며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이동국이 누구에요?" 아직도 전북의 갈 길은 멀다
전북은 최강희 감독의 부임 후 좋은 성적을 내 전라북도의 중요한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올 시즌 평균 관중도 경기당 1만5천82명으로 전년대비 5.5% 증가하며 16개 구단 중 4위를 기록했다. 도심에서 열리는 팬 사인회나 자선행사에는 500~1천여명의 팬들이 몰려 전북에 대한 애정을 과시중이다.
최 감독은 "예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다. 요즘에는 식당에 밥 먹으러 가면 너무 많은 사람이 사인 요청을 한다. 밥값도 안 받더라. 이동국이나 김상식 등도 그런 경험을 자주 한다더라. 기본은 다진 것 같다"라며 나름대로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사례를 소개했다.
하지만, 아직도 전북 도민들 품으로 완전히 들어가지 못했다는 것이 최 감독의 생각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세 가지 소원 중 K리그 우승과 클럽하우스 건립은 해결됐지만 지역민들에게 사랑받는 구단으로의 입지 구축은 아직 쉽지 않다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최 감독은 "구단이 더 노력해야 한다. 스킨십 홍보로 팬들을 끌어들여서 수원, 서울 못지않은 팬 열기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진정한 명품 구단으로 가기 위해 팬들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축구팬 1인 더 데려오기 운동'도 제안했다. 자주 전북 경기를 관람하는 팬들이 주변 친구나 가족들을 데려와 전북의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에 반해 고정팬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는 "한 고등학생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TV로 유럽축구를 동경하던 친구들에게 밥을 사주면서 경기장에 데리고 왔다더라. 그들이 전북의 공격축구를 보고 선입견이 깨져서 돌아간 뒤 열렬한 팬으로 되돌아왔다고 하더라"라며 일단 행동으로 옮기면 무엇이든 이뤄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전북의 주연고지인 전주의 인구는 60만을 넘어 65만명을 바라보고 있다. 최 감독은 "네덜란드 PSV아인트호벤은 연고도시 인구가 20만이지만 5만4천석의 관중석이 꽉 차더라. 우리도 전주를 비롯해 익산, 군산, 김제 등에서만 축구팬들이 와도 충분히 관중석을 메울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다"라며 열을 냈다.
충격을 받은 일도 있다. 전주에서 젊은이들이 많다는 전북대 앞에서 팬 사인회를 하는데 한 여학생이 사인을 받으면서 "이동국이 누구에요?"라는 말을 하더라는 것. 순간 충격을 받아 할 말을 잃었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 고장팀의 최고 스타인데 왜 이럴까 하는 아쉬운 마음도 생겼단다.
최 감독은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호소도 했다. 경기 일정을 알리는 현수막 등을 야박하게 단속할 것이 아니라 우리 고장의 프로팀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모기업과의 관계를 생각해 피상적으로 바라보지 말고 '도민구단'처럼 애정을 갖고 아껴달라는 것이 최강희 감독의 순수한 마음이자 '마지막 꿈'이다.
<끝>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