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SK 외국인 투수 고든이 올 시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팀의 한국시리즈 5차전을 책임지게 됐다.
고든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 선발로 나선다. 시리즈 전적 1승3패에 처한 SK는 이날 패하면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머물게 된다. 만약 고든이 호투해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다면 SK는 다시 역전 우승의 희망을 꿈꿀 수 있다.
고든은 시즌 도중 SK에 합류, 정규 시즌 성적은 6승4패 평균자책점 3.81로 크게 눈에 띄지 않았지만 포스트시즌 들어 마운드의 단비같은 활약을 했다. 특히 플레이오프 5차전부터는 선발이 아닌 중간 계투로 나서 지친 팀 불펜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한국시리즈 1, 2차전에 두 경기 연속 구원 등판해 각각 1.1이닝,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이만수 감독 대행은 이같은 고든의 활약에 대해 "정우람이 등판할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고든을 중간 투수로 썼다. 투구수를 조절했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었다. 고든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고 전했다.
2차전 이후 휴식을 취한 고든은 5차전에는 다시 선발 중책을 맡았다. 선발 맞상대는 1차전서 위력적인 투구로 SK 타선을 초토화시킨 좌완 차우찬이다. 힘을 비축한 차우찬의 우세가 예상되는 대결이다.
그러나 고든에게는 기분 좋은 기억이 있다. 올 시즌 유일한 삼성전 등판경기서 그렇게 잘 던지지 않고도 승리투수의 기쁨을 누려본 적이 있다.
지난 3일 대구 삼성전서 선발 김광현에 이어 구원 등판한 고든은 2.2이닝 동안 3실점하고도 승리 투수가 됐다. 최형우와 채상병에게 홈런 2방을 맞았으나 이후 등판한 정우람, 엄정욱이 뒤를 잘 틀어막고 4-3 승리를 지켜줬다.
공교롭게도 그 경기의 패전투수가 차우찬이었다. 7이닝 동안 5피안타(2홈런) 3볼넷 4실점(3자책)을 기록하며 SK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고개를 떨궜다. 물론 현재 상황은 모든 면에서 당시와 다르지만 SK에게는 꼭 재연하고 싶은 간절한 기억이다.
고든이 자칫 초반 부진으로 조기 강판할 경우 SK는 또 불펜진을 대거 투입해야 한다. 이만수 감독대행도 "1, 2차전에 던졌기 때문에 (5차전에서) 5회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찍 내려오면) 중간 투수들이 힘들어진다"며 걱정했다. SK로선 그저 고든이 분발해줘 차우찬을 능가하는 호투로 승리의 디딤돌을 놓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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