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생애 첫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경고누적'이라는 암초에 걸려 최고의 무대에 나설 수 없게 된 그의 마음은 찢어지는 듯했다. 경고를 피하자는 생각을 하면서 뛰었지만 상대의 도발에는 어쩔 수 없었다.
전북 현대의 주장이자 중앙 수비수 조성환은 지난 20일 알 히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와 '201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차전 원정경기에서 헤딩 결승골을 넣으며 3-2 승리를 이끌었다.
원정 승리를 밑천 삼은 전북은 26일 홈 2차전에서도 2-1로 이기며 2006년 우승 이후 5년 만의 결승행을 이뤄냈다. 1, 2차전 합계 5-3으로 'K리그 킬러' 알 이티하드의 콧대를 확실하게 꺾었다.
조성환은 경기 시작 후 전반 11분 볼 경합 과정에서 알 이히타드 공격수 나이프 하자지를 넘어뜨렸다. 정상적인 몸싸움이었지만 하자지는 화가 치밀어 올랐는지 조성환에게 달려들었다. 경기만 하면 '다혈질'로 변하는 조성환이지만 그는 꾹 참았다.
하자지는 조성환에게 말싸움을 걸었지만 특별한 반응은 하지 않았다. 그러자 하자지는 머리로 조성환의 얼굴을 가격했다. 조성환은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졌고 주심은 가차없이 하자지에게 퇴장 명령을 내렸다. 주전 공격수의 퇴장으로 알 이티하드의 공격력도 떨어졌고 전북에는 유리한 상황이 됐다.
그러나 주심은 조성환에게도 노란 카드를 내밀었다. 조성환은 경고누적이 됐고 결승전에 나설 수 없게 됐다. 조별리그부터 이날 경기까지 전북 수비의 리더이자 골 넣는 수비수로 최고의 활약을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경기 뒤 조성환은 솔직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경기 내내 경고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스스로도 경고를 조심하자고 했는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솔직히 눈물이 날 것 같다"라며 속내를 드러냈다. 그렇지만, 이내 냉정함을 되찾으며 "결승전에 나서지 못하지만 선수들의 연습 파트너가 되겠다"라고 자신이 할 일이 있음을 알렸다.
조성환의 대체자로는 임유환, 이광현 등이 있다. 임유환은 지난 2009년 전북의 정규리그 우승의 중심이었다. 조성환은 "(임유환이) K리그 우승을 해봤고 올해 (정규리그 고비였던) 포항 스틸러스전에서도 나 없이 뛰어 이겼다"라며 동료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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