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삼성 불펜진의 강력함과 '끝판왕' 오승환의 위용이 여실히 입증된 1차전이었다.
삼성은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신명철의 2타점 적시타와 투수진의 효과적인 이어던지기로 2-0 완승을 거뒀다. 특히 마무리투수 오승환은 8회 2사 후부터 등판, 1.1이닝을 퍼펙트로 막고 세이브를 따냈다.
세이브를 추가한 오승환은 역대 한국시리즈 통산 최다 세이브 타이 기록도 세우게 됐다. 오승환은 한국시리즈 통산 4세이브째를 기록해 선동열(해태), 조용준(현대)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기록 외에도 오승환 개인적으로 지난해 부상 후유증 속 부진을 깨끗이 씻어낸 경기였다. 지난해에도 오승환은 SK와의 한국시리즈에 등판했으나 2경기 1.2이닝만을 던졌다. 자책점은 없어 평균자책점은 0이었지만 1차전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적시타를 얻어맞으며 팀의 역전패에 빌미를 제공했다.
당시 삼성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선동열 감독은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이름이 없던 오승환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오승환은 팔꿈치 수술로 인해 지난해 후반기에야 팀에 합류해 16경기 14이닝을 던진 것이 전부였다. 수술 여파로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던 것.
선동열 감독은 한국시리즈 1차전 승부처에서 과감히 오승환을 투입했다. 삼성이 2-0으로 앞서던 5회말, 2사 만루의 위기에서 등판한 오승환은 대타 박재홍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밀어내기 실점을 기록했다. 이어지는 만루에서는 김재현에게 좌전 적시타를 얻어맞고 2-3 역전을 허용했다.
자신의 자책점으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오승환이 위기를 막아내지 못함으로써 삼성은 승기를 놓쳤다. 김재현에게 적시타를 맞은 후 오승환은 곧바로 정현욱과 교체되며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지금의 '끝판왕' 오승환의 모습을 떠올린다면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다. 결국 삼성은 1차전에서 5-9 역전패를 당했고, 4연패로 허무하게 한국시리즈를 마감했다.
자존심을 구겼던 오승환은 올 시즌 부상을 훌훌 털고 완벽한 한 시즌을 만들어냈다. 각종 세이브 기록을 갈아치우며 1승47세이브 평균자책점 0.63이라는 무시무시한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호투는 한국시리즈 1차전까지 이어졌다. 지난해의 굴욕을 깨끗이 되갚는 호투였다.
지난해 삼성은 SK를 상대로 4연패라는 굴욕을 맛보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오승환 역시 팀의 패배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삼성도, 오승환도 달라졌다. 어쩌면, '복수'를 꿈꾸는 삼성과 오승환에게는 설욕해야 할 상대 SK가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것이 다행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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