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비룡군단'의 무기는 역시 두터운 불펜진, 그 중에서도 특급 좌완 구원투수들이다. 준플레이오프 상대 KIA는 물론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롯데의 강타자들도 고비 때마다 어김없이 등판한 SK 계투요원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무너졌다. 하지만 삼성 류중일 감독은 자신감이 넘쳤다. '나올테면 나와보라'는 당당함이느껴질 정도다.
삼성과 SK는 25일부터 대망의 한국시리즈에 돌입한다. 페넌트레이스 1위로 여유있게 기다리며 체력을 회복한 삼성과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끈질기게 올라선 SK가 드디어 마지막 '4선승'의 한국시리즈 정상을 위해 치고받는다.
양 팀 사령탑과 주축선수들도 지난 24일 대구구장 뒷편 실내체육관서 열린 공식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시리즈 돌입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삼성의 '회복된 체력'과 SK의 '최고조에 오른 실전감각'의 대결로 요약되는 이번 시리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류중일 감독의 태도가 이만수 감독대행과는 달라 눈길을 끌었다. 아무래도 삼성 선후배 출신이기 때문에 날선 신경전 없이 서로를 칭찬하며 화기애애하게 기자회견이 진행됐지만,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인 만큼 승리를 향한 의지를 완전히 숨길 수는 없었다.
특히 박희수, 정우람, 이승호 등 강력한 SK의 방패인 좌완불펜에 대해서 류중일 감독은 거리낌 없는 모습을 보였다. '대비한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류 감독은 "시즌 때부터 SK를 공략하면서 좌완의 공을 잘 쳐야 한다고 계속 강조해왔다. 올해 우리는 공략을 잘했다"며 "한국시리즈서도 잘 칠 것으로 믿는다"고 단호하게 언급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경계 속에서도 '밀릴 것은 없다'는 당당함이다.
이는 이만수 감독대행과는 다른 태도였다. 삼성의 뒷문지기 오승환의 공략법을 묻자 이 대행은 "천만다행으로 오승환 투수는 마무리라서 1이닝 정도밖에 안던진다"며 "데이터를 준비하기보다는 선발투수를 더 공략해 미리 점수를 많이 내 (오승환이)못나오도록 하겠다"고 피해가는 답변을 했다.
사실 올 시즌 삼성은 전체적으로 볼때 SK 좌완불펜을 상대로 썩 강한 모습은 아니었다. 정우람을 상대한 팀 타율은 1할8푼4리(38타수 7안타) 정도고, 박희수를 상대로도 1할9푼2리(26타수 5안타)에 그쳤다. 이승호(20번)에게도 2할4리(49타수 10안타)에 머물렀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은 미소를 지었다. 원기회복한 투수력과 청백전을 통해 감각을 살린 타선의 힘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SK 불펜진에 대한 공포보다 팀 전력에 대한 믿음이 더 큰 것이다. 류중일 감독은 '한 번 해보자'고 눈빛을 번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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