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SK 와이번스가 롯데 자이언츠를 5차전 혈전 끝에 물리치고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게 됐다. 사상 첫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쾌거를 이룩한 SK지만 진한 아쉬움을 남기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에이스' 김광현의 부진이다.
SK는 플레이오프 5차전 선발로 김광현을 내세웠다. 이만수 감독대행은 4차전 패배 후 5차전 선발로 김광현을 예고하면서 "1차전처럼 던지면 1회에 강판시킬 수도 있다"고 강경 발언을 했고, 이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1회가 아닌 2회에 강판됐다는 것이 이만수 감독대행의 말과 조금 달랐을 뿐이다.
김광현은 23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1회말부터 난조를 보이며 선취점을 내준 뒤 2회말 선두타자 강민호를 볼넷으로 출루시키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1이닝 2피안타 2볼넷 1실점. 1회말에는 김주찬에게 3루타, 전준우에게 2루타를 얻어맞는 등 2개의 피안타가 모두 장타로 연결됐다.
김광현이 내려간 뒤 고든이 마운드를 이어받아 3.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팀 역전승을 이끌며 승리투수가 됐다. 이만수 감독대행의 과감한 투수교체가 승리로 이어진 셈이다. '에이스' 김광현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지만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경기 후 이만수 감독대행은 김광현의 교체와 관련해 "정규시즌 같았으면 절대 안 뺐다"며 "그런데 마지막 경기다. 경기 전 김상진 코치가 오늘은 (김광현의 컨디션이) 괜찮다고 했는데 막상 마운드에 오른 걸 보니 지난 번이랑 비슷했다"고 말했다. 김광현으로는 롯데 타선을 막아낼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는 말이다.
김광현은 이번 포스트시즌 3경기에 등판했다. 첫 번째 등판은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두 번째는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그리고 세 번째가 팀의 한국시리즈행을 결정짓는 플레이오프 5차전이었다. 각 시리즈의 1차전 선발 임무를 부여받았을 만큼 여전히 김광현은 팀의 '에이스'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김광현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그나마 호투했던 경기였다. 김광현은 4.2이닝 1실점을 기록했지만 윤석민의 완투에 밀려 패전투수가 됐다. 이어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3.2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다. 5차전에서는 2회도 버티지 못했다. 스스로도 얼마나 답답했으면 5차전 마운드를 내려오며 심하게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김광현의 임무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다. 팀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적게는 4경기, 많게는 7경기를 치러야 한다. 지친 마운드, 삼성에 비해 밀리는 선발진 등을 생각하면 김광현의 임무는 여전히 막중하다. 한국시리즈라는 또 다른 큰 무대가 김광현을 기다리고 있다.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하며 한국시리즈에 직행,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있던 삼성은 체력이 충만한 상태에서 한국시리즈를 시작한다. 그에 비해 롯데와의 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치른 SK는 많이 지쳐 있는 상태다. 여기에 5차전에는 고든까지 투입시키며 당장 선발로 내세울 카드가 마땅치 않다.
SK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선발진을 김광현, 고든, 송은범, 윤희상 네 명으로 꾸려오고 있다. 이영욱, 고효준이 선발 능력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삼성에 비해 빈약한 선발진이다. 여기에 고든은 5차전 3.2이닝을 던졌고 송은범은 팔꿈치가 좋지 않아 한 번 던지면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SK의 강력한 불펜이 힘을 내기 위해서는 선발진이 어느 정도 버티며 경기를 끌고가줘야 한다. 김광현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1이닝 35개의 투구수만을 기록했기 때문에 당장 2차전 또는 3차전에 선발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올 시즌 유난히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는 김광현. 정규시즌에서의 부진이 포스트시즌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한국시리즈가 남아 있다. SK의 'V4'를 위해서도, 자신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도 남은 경기에서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김광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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