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손아섭(롯데)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 묻어났다. 죄를 지은 기분을 씻을 수 없는 탓이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초구 공략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손아섭은 한숨만 거듭 내쉬었다.
롯데는 20일 문학구장에서 SK와 플레이오프 4차전을 벌인다. 1, 3차전을 패한 롯데는 시리즈전적 1승 2패로 몰려 이제 한 번만 더 패하면 2011 가을야구는 끝이 난다. 그토록 바라던 한국시리즈 진출과 우승은 물거품이 된다.
경기 전 롯데 선수단에는 비장감이 감돌았다. 양승호 감독은 첫 미팅을 소집해 "즐겨라!"고 강조했지만 정작 선수들은 웃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고참 투수 임경완은 "오늘 따라 편안해보이기는 하는데, 이상하게 유독 말이 없다"고 후배들의 모습을 표현했다.
그 중 손아섭은 이전까지의 모습이 아니었다. 1차전을 앞두고 자신감 넘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아쉬움 가득한 표정만 지어보였다. 기자가 "말 좀 해보라"고 인사를 건네자 "제가 한 게 있어야 말을 하죠"라는 답변이 돌아올 정도다.
플레이오프 들어 손아섭은 초구공략으로 몸살을 앓았다. 1차전 9회말 1사 만루에서 초구를 때려냈다가 병살타로 끝내기 기회를 날려버렸고, 이후에도 3차전까지 종종 초구를 노려쳤지만,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3차전까지 타율은 무려 3할8푼5리(13타수 5안타)나 되지만, 타점이 1개밖에 되지 않는다. 득점기회서 너무 자신감이 넘친 것이 화근이었다.
와중에 팀이 탈락의 위기까지 몰리면서 손아섭은 의기소침한 모습을 숨기지 못했다. 손아섭은 "말을 하고 싶어도 할 말이 없다"며 거듭 "하아"라고 한숨만 내쉬었다.
"4차전에도 빠른 공격성향을 보일 것이냐"고 묻자 손아섭은 "초구를 노렸는데 지금까지 결과가 좋지 못했지 않는가, 무언가 변화를 줘야 할 듯하다"며 "투수나 상황에 따라 좀더 기다려볼 생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초구를 치지 않겠다는 말은 아니다"고 상대 투수와의 수싸움이 쉽지 않음을 토로했다.
손아섭의 마지막 말이 현 심경을 그대로 대변했다. 손아섭은 "안타가 됐으면 '노림수가 좋았다'는 평가를 받았겠지만, 그렇지 못하니 '성급하다'고 평가를 받는다"며 "정말 야구는 결과론인 것 같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이제 롯데는 자칫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일전을 앞두고 있다. 손아섭이 오히려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지, 아니면 끈덕진 눈야구로 물고 늘어질지 그의 선택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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