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8회말 동점 적시타 이대호, '천적' 정대현 울렸다!

[권기범기자] 이대호(롯데)가 제 몫을 해냈다. 4번 타자의 침묵으로 롯데는 힘겨운 승부를 벌일 수밖에 없었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 이대호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이대호는 16일 사직구장서 열린 SK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서 4번 1루수로 선발출장해 5-6으로 뒤진 8회말 SK 구원투수 정대현을 상대로 좌전 1타점 적시타를 뽑아냈다. 동점과 역전의 반복 속에 경기 후반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린 요긴한 안타였다.

이날 롯데는 테이블세터의 활약이 빛났다. 톱타자 김주찬과 손아섭은 나가는 족족 안타를 생산하면서 밥상을 잘 차려줬다. 김주찬은 선제 솔로포까지 쏘아올렸다. 하지만 정작 중심타선의 화력이 식었고, 그 중 4번 이대호는 7회말까지 단 한 개의 안타도 뽑아내지 못하면서 침묵했다.

SK는 이대호를 맞이할 때마다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1회말 1사 2루에서는 선발 김광현이 고의4구로 이대호를 내보내면서 다음 타자와 상대했고, 3회말에 선두타자로 나서자 이번에는 승부해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또 4회말 2사 1, 2루서 이대호 타석이 되자 이영욱을 구원 투입하면서 이대호 봉쇄에 나서 유격수 땅볼로 막아냈다. 이영욱은 느린 변화구로만 이대호를 상대해 스윙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았다.

6회말 역시 SK는 위기에 몰리자 또 다른 투수로 이대호를 상대했다. 이영욱이 6회말 1사 후 김주찬에게 좌전안타를 얻어맞자 곧바로 좌완 박희수를 좌타자 손아섭 타석 때 올려 진화에 나선 것이다. 이후 이어진 2사 1, 2루에서 박희수는 이대호를 맞아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웠다.

그야말로 이대호는 SK의 집중관리(?)와 함께 찬스 때 4번타자로서 해결사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 이대호는 '천적' 정대현을 무너뜨리는 일격을 뽑아냈다. 5-6으로 뒤진 8회말 2사 2루에서 마운드를 지키고 있던 정대현의 3구째를 잡아당겨 좌전 1타점 적시타로 연결시킨 것이다.

상대 투수가 정대현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컸다. 올 시즌 이대호는 정대현에게 3안타를 뽑아내긴 했지만, 제대로 맞은 안타가 없었고 장타 또한 하나도 없었다. 지난해까지 항상 정대현만 만나면 작아지던 이대호였고, 결정적 상황에서 SK의 이대호 봉쇄 공식은 늘 정대현이었다.

그런데 이날 이대호가 중요한 승부처에서 깔끔한 좌전안타로 정대현에게 설욕했다. 사직구장을 가득 메운 롯데팬들은 이대호의 동점타 순간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정대현은 이후 홍성흔에게 다시 안타를 허용하고 결국 엄정욱으로 교체됐다. 이대호로선 천적 의미를 지우는 정대현 공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