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전주 KCC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허재 감독이 국가대표팀 지도에 몰두하는 등 제대로 팀을 돌보지 못했다. 가드 강병현의 군입대로 인한 전력 공백까지 생기는 등 지난해처럼 시즌 초반을 '슬로스타터'로 보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KCC는 개막전 대승을 통해 어느 정도 걱정을 덜게 됐다. 특히 예상치 못한 신인 김태홍(23)의 활약으로 웃음이 만발했다.
김태홍은 13일 서울 SK와 2011~2012 시즌 공식 개막전에서 25분58초를 뛰며 14득점 5리바운드 3블록슛을 기록했다. 득점 자원이 풍부한 KCC의 사정을 고려하면 준수한 성적이다.
농구명문 용산고-고려대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를 거친 김태홍은 지난 1월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2순위로 KCC에 지명됐다. 입단동기 정민수가 1라운드에서 선발된 것과 비교하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허재 감독의 눈에도 늦게 들었다. 허 감독은 대표팀에서 돌아온 뒤에야 김태홍을 제대로 봤을 정도였다. 추승균, 유병재, 이중원 등 포지션 경쟁자들의 면면이 화려해 김태홍이 발을 붙일 공간이 없었다.
그래도 '마당쇠'라는 별명답게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김태홍은 선수들에게 거친 언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관심을 표현하는 허재 감독의 시야에 들어왔다.
허 감독은 지난 3일 끝난 한일 챔프전 하마마쓰 피닉스와의 겨루기에서 김태홍을 첫 실전 시험 가동했다. 1차전에서 16득점 7리바운드를 기록하더니 2차전에서도 7득점 5리바운드로 쏠쏠한 활약을 펼쳐 KCC의 우승에 일조했다. 시범경기에서도 기회를 얻으며 감을 잡았다.
좋은 흐름은 개막전에서 이어졌다. 김태홍은 193cm의 신장을 앞세워 SK의 기를 꺾는 블록슛을 3개나 해냈다. 공수 리바운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코트 모든 곳에 김태홍이 있었다. 수비만 좀 더 보완하면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것이 허 감독의 평가다.
김태홍의 등장은 원조 마당쇠인 식스맨 강은식의 부상을 훌륭하게 메움과 동시에 노장 추승균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을 높였다. 신인왕 경쟁에서도 오세근(안양 KGC인삼공사)에 쏠린 시선을 분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감을 키우게 됐다.
김태홍은 "(지난 4시즌 동안) 팀이 개막전 연패로 심리적인 부담감이 있었는데 편안하게 뛰었다. (하)승진이 형 등 주변에서 많이 도와줬다"라고 말했다.
농담도 잊지 않았다. 그는 "용산고, 고려대를 나와서 욕먹는 것에는 면역이 됐다 싶었는데 아직 부족한 것 같다"라며 허재 감독의 카리스마 넘치는 뜨거운(?) 지도를 받아들이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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