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K리그 1위를 질주중인 전북 현대는 이상한 징크스가 있다. 홈에서는 강자지만 원정에서는 이상하게도 약세를 드러낸다. 지난 14일 세레소 오사카(일본)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원정도 우세한 경기를 펼쳤지만 어이없는 실수로 3-4로 패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비겼으면 홈에서 유리한데 졌으니 유리한 게 아니다. 홈에서 승부를 내려고 그런 모양이다"라고 웃었다. 전북의 한 직원은 "어이없게 패해서 경기 끝나고 술만 마셨다"라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세레소전 원정을 마친 뒤 전북은 홈 전주로 돌아가지 않고 부산을 통해 곧바로 창원으로 이동했다. 18일 경남FC와의 K리그 25라운드 원정 경기를 위해 15일부터 창원에서 맹훈련을 했다.
전북은 경남FC와는 묘한 인연이 있다. 지난 2008, 2009 두 시즌에는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홈에서 치렀는데 모두 전북이 이겼다. 경남이 이겼다면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기에 경남으로선 전북만 만나면 열이 받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경남은 홈에서 전북에 강하다. 지난 2008년 7월 5일 1-0으로 이긴 것을 시작으로 4경기 연속 무패(2승2무)로 압도적 우위를 이어왔다. 최강희 감독은 "도대체 왜 경남 원정에서는 못 이기는지 모르겠다. 연구 좀 해봐야 할 것 같다"라고 머리를 싸맸다.
최 감독은 "낮 3시 경기이거나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더위 때문에 선수들이 적응을 하지 못해 그런 모양이다. 창원 외에도 고온 다습한 제주 서귀포나 광주만 가면 이상하게 경기가 잘 안풀린다. 선수들도 물먹은 솜처럼 뛰더라"라고 나름대로 원정경기 징크스를 설명했다.
이번 경남전을 앞두고도 전북은 걱정이 가득했다. 창원에 입성한 뒤 갑작스럽게 늦더위가 찾아온 것. 일본 원정 경기를 다녀와 피곤한 상황인 데다 경남의 6강 가능성도 산술적으로 살아있어 적극적으로 나올 게 뻔해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다행히(?) 이날부터 늦더위가 한풀 꺾이며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최강희 감독과 전북은 안도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바람도 다소 강하게 불고 축구 경기를 하기에 가장 좋은 영상 21~22도의 기온이 유지됐다. 하늘이 도운 탓인지 전북은 경남을 3-1로 꺾고 원정 징크스 탈출에 성공했다. 동시에 2위 포항 스틸러스(49점)와의 승점차를 다시 7점으로 늘리며 선두 독주 체제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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