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조광래호는 지난 7일(한국시간)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2차전 쿠웨이트전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 경기를 통해 한국 대표팀은 무더위와 텃세 등 향후 중동 원정에서 견뎌내야 할 것들을 제대로 학습했다.
무엇보다도 각 포지션별 스페셜리스트 양성이라는 기본적인 과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현대 축구의 흐름은 한 포지션만 소화하지 않는 멀티플레이어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이면에는 자기 포지션의 전문성 향상이라는 기본 전제가 깔려있다.
특히 측면 수비의 중요성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풀백들은 기본적으로 수비에 주력하면서 때로 공격에 가담하며 공간을 창출한다. 이들이 균형을 잡아줘야 중앙에서의 경기력이 살아난다.
쿠웨이트전에서 전반 17분 오른쪽 풀백 차두리(셀틱)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갑자기 이탈하면서 김재성(포항 스틸러스)이 교체 투입됐다. 김재성은 포항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빛을 내는 자원이다. 조광래 감독은 김재성이 풀백 소화 능력이 있다며 그를 선발했다. 물론 공격력도 눈여겨봤다.
김재성은 지난 2006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2년간 풀백을 소화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포항으로 이적 후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의 콤팩트한 패싱 축구의 중심이 됐고 공격형 미드필더 습관이 몸에 익었다.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김재성은 다른 3명의 수비진과 균형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때문에 왼쪽 풀백 홍철이 김재성과 동선을 맞추려다 자주 라인을 이탈했고, 허점을 노리던 쿠웨이트의 공격 루트로 활용됐다.
이는 지난 8월 일본전 때의 상황과 유사하다. 원 포지션이 중앙 수비수인 김영권(오미야)이 부상으로 이탈한 뒤 박원재(전북 현대)가 투입됐지만 뇌진탕 증세로 박주호(FC바젤)가 연이어 교체 투입됐다. 애석하게도 당시 박주호도 스위스리그 이적 후 잔부상에 시달리며 개막전부터 4경기 연속 결장해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던 상황이었다. 한국의 수비진 붕괴는 자연스럽게 일본에 0-3 대패라는 참사를 불러왔다.
조광래 감독에게 조언을 해주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위원들은 선수를 보는 시야를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익명을 요구한 A기술위원은 "그동안의 과정이 실험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실전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포지션별 최적화된 선수를 살피는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B기술위원도 "자기 포지션에서 가장 좋은 능력을 발휘하는 선수를 다른 포지션에 배치하는 것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K리그만 살펴도 공수 능력이 갖춰진 최효진(상주 상무), 김창수(부산 아이파크) 등 전문 풀백들이 있지 않으냐. 이들에게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조광래호는 다음달 폴란드(7일)와 친선경기, UAE(11일)와 3차 예선 3차전을 앞두고 있다. 남은 기간 확실한 전문 풀백 발굴이 절실해졌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