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큰 별이 졌다. 원조 '타격기계' 장효조(55) 삼성 2군 감독이 투병 끝에 별세했다. 2011년 9월7일은 한국 프로야구 타격의 전설이 세상과 이별한 날로 기억되게 됐다.
한국야구계에서 정교한 타격을 자랑하는 선수들 앞에 붙는 '방망이를 거꾸로 들어도 3할은 친다'는 수식어의 원조는 장효조였다. 그는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교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1983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프로에 데뷔해 1992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은퇴하기까지 10년간, 장효조가 남긴 업적은 찬란하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다.
장효조는 데뷔 첫해이던 1983년을 시작으로 타격왕 타이틀을 무려 4번(1983년, 1985~1987년)이나 차지했다. 이는 양준혁(1993년, 1996년, 1998년, 2001년)과 함께 역대 최다 기록이다. 하지만 장효조는 양준혁이 세우지 못한 기록도 갖고 있다. 3년 연속 타격왕이 바로 그것이다.
1985년부터 1987년까지 3년간은 장효조보다 높은 타율을 기록한 타자가 아무도 없었다. 장효조는 이 기간 3할7푼3리-3할2푼9리-3할8푼7리의 타율로 타격왕 3연패를 달성했다. 한국 프로야구 30년 역사에서 지금껏 그 누구도 달성하지 못했던 기록이다.
통산 타율 부문에서도 압도적인 1위에 올라 있다. 프로 10년간 장효조의 통산 타율은 3할3푼1리. 2위 양준혁의 기록(3할1푼6리)와도 큰 격차를 보인다. 한 번도 기록하기 힘들다는 3할 타율을 1990년(2할7푼5리)과 1992년(2할6푼5리) 두 시즌을 제외하고는 매번 달성하며 만들어낸 값진 기록이다.
출루율 1위도 6차례(1983~1987년, 1991년)이나 차지했다. 이 역시 역대 최다 기록. 외야수 부문 황금장갑을 품에 안은 것도 5번(1983~1987년)이나 된다. '당대를 주름잡았다'는 표현은 1980년대 한국 프로야구 장효조를 위해 있는 말이었다. 얼마 전 KBO가 발표한 '한국 프로야구 레전드 베스트 9' 외야수 부문에 장효조가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도 당연한 결과였다.
이런 위대한 업적을 남긴 전설은 마지막 가는 길까지 전설다운 모습이었다. 자신의 투병 사실을 끝내 비밀에 부치며 혹여나 동요할지도 모를 후배 선수들을 걱정했다. 그리고는 조용히 영면에 들었다. 30주년을 맞는 한국 프로야구는 그렇게 큰 별 하나를 하늘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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