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한국 나이로 서른여섯, 프로데뷔 12년째지만 1군 그라운드는 고작 99차례밖에 밟지 못했다. 늘 이운재(38, 전남 드래곤즈)라는 그림자를 넘기 위해 발버둥쳤지만 쉽지 않았다.
광주FC의 수문장 박호진(35)에게 오는 27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23라운드는 의미 있는 경기다. 프로통산 100번째 출장이기 때문, 369경기를 뛴 이운재에 비하면 초라한 기록이지만 기회를 얻지 못하고 몸만 풀었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박호진은 지난 1999년 연세대 졸업 후 수원 삼성을 통해 프로에 데뷔했다. 실력은 좋았지만 이운재라는 큰 산이 그를 가렸다. 1년 먼저 입단한 동갑내기 김대환(35, 수원 삼성 플레잉코치)도 그와 똑같은 신세였다.
박호진에게도 좋은 기억은 있다. 2006년 이운재가 독일 월드컵에 다녀온 뒤 부상까지 겹치면서 출전 기회를 얻었다. 그 전까지는 7년간 44경기 출전에 불과했던, 김대환에도 밀렸던 팀내 3인자였다.
2006년 무려 25경기에 나선 박호진은 19실점으로 수원의 후기리그 1위를 이끌며 팀을 챔피언결정전으로 인도하는 혁혁한 공을 세웠다. 준우승에 그쳤지만 시즌 종료 후 베스트11 골키퍼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빛을 볼 것 같았던 박호진은 2007년 왼쪽 발등뼈 골절 부상으로 긴 재활에 매달렸다. 쉽게 회복하지 못했고 그렇게 잊혀져갔다.
박호진 앞에 나타난 반전은 지난해 말 광주의 창단이었다. 수원에서 사제의 인연이 있었던 최만희 감독이 광주의 초대 사령탑이 되면서 그를 호출했다. 몇몇 팀의 이적 제안을 받았던 박호진은 미련없이 수원을 벗어나 광주 유니폼을 입고 플레잉코치이자 최선참으로 팀을 이끌었다.
100경기 출전을 앞둔 박호진은 "늦은 기록이긴 하지만 나에게 축구는 여전히 새롭다. 맏형으로서 후배들과 함께 팀을 이끌어가고 싶다. 열심히 노력해 광주 팬들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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