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와 넥센이 31일 전격적으로 2대 2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LG는 베테랑 불펜요원 송신영과 우완 유망주 김성현을, 넥센은 선발요원 심수창과 함께 우타 거포 유망주 박병호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트레이드를 두고 넥센이 밑지는 장사라는 이야기가 또 다시 터져나오고 있다. 올 시즌 2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과 함께 9세이브 7홀드를 기록 중인 송신영을 단 1승도 올리지 못한 채 17연패에 빠져 있는 심수창과 비교하면서 나오는 이야기다.
분명 겉으로 드러나는 성적만 살펴본다면 LG가 남는 장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 선수는 보직도 다를뿐만 아니라 처해 있는 상황도 달랐다. 한국 프로야구 최다연패라는 불명예 기록을 세운 심수창이지만 넥센에서는 연패탈출이 보다 쉬울 수도 있다. 넥센 이적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심수창은 올 시즌 넥센과의 악연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5월 28일 넥센을 상대로 6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쳐 올 시즌 첫 승리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임찬규가 9회말 강귀태에게 동점 투런홈런을 허용하며 심수창의 승리가 날아갔다.
전반기 LG의 마지막 3연전이었던 넥센과의 경기에서는 19일과 21일 연달아 구원패를 당하기도 했다. 줄곧 선발투수로 나서다가 일정상 불펜등판한 것이 모두 패전으로 연결된 것. 거꾸로 구원승으로 연패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지만 이마저도 잡지 못했다.
악연을 맺고 있었던 팀이 적에서 동지로 돌아선 것은 심수창에게는 나쁘지 않은 일이다. 이와 함께 넥센의 불펜이 심수창이 몸담을 때의 LG보다 낫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넥센에는 손승락이라는 확실한 마무리투수가 있다. 송신영이 LG로 옮겨가긴 했지만 이보근, 윤지웅, 마정길 등이 버틴 허리도 꽤 믿을만하다. 심수창 본인만 잘 던지면 된다.
충분한 선발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도 호재다. 넥센은 현재 나이트, 김성태, 문성현, 김성현, 김영민의 5선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6월 중순부터는 김영민을 제외한 사실상 4명의 투수로 선발진을 꾸려오고 있었다. 이 중 김성현이 빠진다는 것은 그대로 심수창이 그 공백을 메워야 함을 의미한다.
LG에서 심수창은 들쑥날쑥한 일정으로 마운드에 오르곤 했다. 6월부터는 불펜등판하는 경우도 잦아졌다. 박현준, 주키치, 리즈가 버티고 있는 LG 선발진에서 심수창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넥센 선발진은 LG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다. 그만큼 심수창의 비중도 LG 시절과는 다를 수 밖에 없다. 규칙적인 등판일정이 보장된다면 심수창에게도 보다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넥센은 전신인 현대시절부터 전통적인 투수왕국으로 불리던 구단이다. 현재 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시진 감독부터 정민태 투수코치까지 투수 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지도자들이 많다. 이런 점도 심수창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2004년 입단해 8년째 몸담고 있던 팀을 떠나게 된 것은 선수에게 분명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새로운 팀에는 새로운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 넥센에도 심수창을 기다리고 있는 기회들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그 기회들을 잡고 못 잡고는 심수창 본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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