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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호, "SK서 새출발…신인의 마음으로 다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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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숙기자] "손가락이 부러져 깁스를 한 채 집에서 쉬고 있는데 2군 매니저에게 전화가 왔더라고요. 강진에서 선수단 미팅이 있다고. 전화 받자마자 느낌이 왔죠. '차 가져갈까요' 하고 물어보니 '가져오면 좋지'라고 하시더군요. 짐을 실어야 하니까…. 그렇게 됐습니다."

넥센은 지난 6월 7일 조재호(31)를 포함한 3명의 선수를 웨이버 공시했다. 2002년 현대에 입단한 조재호는 그렇게 10년만에 프로 유니폼을 벗게 됐다.

전화를 끊고 부랴부랴 2군 훈련장이 있는 강진으로 차를 몰았다. 보는 사람마다 미안하다는 인사가 이어졌다. 박흥식 2군 감독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제자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2군 설종진 매니저를 만난 조재호는 "짤렸으면 짤렸다고 하지 왜 미팅 있다고 둘러대느냐"면서 먼저 농담을 건넸다. "그래도 얼굴은 봐야지…." 한솥밥을 먹던 선수의 퇴출에 매니저 역시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방출 통보가 있기 약 한 달 전 경기 도중 손가락 골절 부상을 당해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조재호는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됐다.

하지만 그는 의외로 담담했다. 그동안 자신의 부진한 성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통산 377경기 출전해 107안타 51타점 타율 2할1푼3리의 성적. 서른이 넘은 나이도 부담스러웠다. "선수는 성적이 가장 중요하죠. 아무리 자리가 비좁다고 해도 그 틈에서 살아남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다 내 탓이죠. 원망은 없습니다."

가만히 지난 10년을 돌아보니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프로 선수 중 열심히 훈련하지 않는 선수는 없어요. 다만 누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느냐에 따른 차이죠. 제가 더 열심히 했다면 기회를 잡을 수도 있었겠죠. 선발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았을테고. 아쉬움만 남네요."

이후 SK에서 온 영입 제안으로 조재호는 가슴 가득했던 후회를 기회로 만들 마지막 찬스를 잡았다. SK에 입단한 조재호는 현재 재활군에 합류해 손가락 부상 치료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SK 연습량이 많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2군 선수들은 오전 8시 30분부터 나와 훈련을 하더라고요. 재활군이라 아직 제대로 된 훈련을 하고 있지 않아요. 정상 훈련에 합류해 하루 빨리 몸을 만들고 싶어요." 퉁퉁 부어오른 손등은 아랑곳하지 않고 조재호의 마음은 이미 그라운드를 뛰고 있었다.

무엇보다 김성근 SK 감독의 질타가 마음 깊이 와닿았다. 김 감독은 얼마 전 2군 선수들을 불러 모아 "너희들은 간절하지 않다. 간절하다면 훈련이 끝나고도 스스로 남아서 뭔가 해야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책성 조언을 전했다고 한다.

조재호는 "김 감독님의 말을 듣고 그동안 내가 너무 안이하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지금은 그 '간절함'을 찾았죠. 김 감독님은 2군 선수들의 활약상을 모두 꿰고 계시더라고요. 열심히 하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에게는 기회죠"라면서 눈을 반짝였다.

조재호는 11년째 만남을 이어온 연인과 내년 결혼을 앞두고 있다. 가장으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크다. 조재호는 "몸상태는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이전 팀에서 가졌던 생각은 다 버리고 신인의 마음으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돌아보면 신인 때는 정말 죽기살기로 했거든요. SK에서 한 자리 차지하는 게 목푭니다. 어떻게 해서든 비집고 들어가야죠. 이제 정말 마지막입니다."

벼랑 끝에 몰렸다 어렵게 잡은 기회를 바라보는 조재호의 의지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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