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와 한화의 지난 5일 대전 경기에서는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몰려나오는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1-1로 맞서던 9회말 한화 공격 2사 2루 이양기 타석 때 발생한 일이다.
발단은 이양기가 임찬규의 몸쪽 공에 일부러 맞으려는 듯한 동작을 취한 것이었다. 이를 두고 가뜩이나 1-0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9회말 1-1 동점을 허용하며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LG 포수 조인성이 '그러지 말라'는 식의 말을 했고, 이에 이양기가 대꾸를 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결국 양 팀 선수단이 덕아웃을 박차고 그라운드로 몰려 나오는 상황이 연출됐다. 그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한화의 조경택 배터리 코치. 조경택 코치는 선수들을 말리는 과정에서 다소 흥분한 모습을 보였고 이는 양 팀 코치들의 신경전으로도 이어졌다. 다행히 큰 불상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다음날인 6일 만난 조경택 코치에게 전날 상황에 대해 물었다. 조 코치는 평소의 온화한 표정과 말투로 "코치가 흥분하면 안되는데…"라며 우선 상대팀에 미안함을 전했다. 이어 조 코치는 "누가 우리 애들한테 뭐라고 하는 걸 못 참아서"라며 "(조)인성이도 당연히 뭐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포수라면 당연히 기분 나빴을 것"이라고 같은 포수 출신으로 조인성을 이해한다는 입장도 전했다.
전날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조경택 코치는 지난 1999년 한화가 한국시리즈 첫 우승할 당시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했다. 양대리그가 운영되던 당시 한화는 매직리그 2위의 자격으로 드림리그 1위팀 두산을 플레이오프에서 상대했다.
조경택 코치는 "그 땐 김동주만 막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포수였는데 계속 뒤에서 '돌아 보지 말라'고 시비를 걸었다. 내가 선배니까 가능했던 것"이라며 "심판은 퇴장 준다고 그만하라고 했는데 나는 계속 했다. (김)동주도 끝내 '안 쳐다봐요'라며 소리를 지르더라"고 껄껄 웃으며 현역 시절 있었던 일을 회상했다.
당시 프로 입단 2년차이던 김동주는 1999년 타율 3할2푼1리 22홈런 84타점을 기록하며 두산의 주력 타자로 활약했다. 당시 한화의 주전 포수였던 조경택 코치는 신인급이던 김동주에게는 대선배였고 그런 선후배 관계 때문에 조 코치도 김동주 흔들기를 시도했던 것이다. 조 코치의 입담(?)이 힘을 발휘해서일까. 한화는 두산을 상대로 4연승을 달리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롯데를 꺾고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다.
공교롭게 벤치클리어링 이후 재개된 5일 경기에서 이양기는 임찬규의 공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끝내기 찬스를 놓쳐버렸다. 결국에는 한화가 연장 12회말 이희근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를 거뒀지만 이양기로서는 아쉽게 찬스를 살리지 못한 셈이 됐다.
그렇다면 '야왕' 한대화 감독은 이양기의 당시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야왕의 말은 이렇다.
"아니 그 놈은 왜 맞고 나갈 생각을 해. 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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