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삼수 끝에 기쁨의 눈물을 흘린 평창, 이번에는 강력하고 화려한, 젊어진 스포츠 외교력으로 과거의 아픔을 반복하지 않았다.
한국은 지난 두 차례 실패에서 스포츠 외교력이 부족했다는 뼈아픈 평가를 받았다. 선수 출신의 일부 인력들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과 접촉하는 등 나름 노력을 했지만 오래 전부터 스포츠 외교 분야 전문인력을 양성해왔던 캐나다 밴쿠버(2010년 개최), 러시아 소치(2014년 개최) 등 경쟁 도시들과 비교하면 걸음마를 막 뗀 상황이었다.
오죽하면 지난 2007년, 2014 동계올림픽 유치전에서 소치에 밀려 실패한 뒤 대한체육회 국정 감사에서 당시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이었던 정병국 의원(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IOC위원들의 내부 특성을 잘 파악하지 못한 점, 정보력 부족, 스포츠 외교 인력의 부재 등이 평창의 유치 실패 원인이라고 주장했을 정도였다.
때문에 이번 삼수 도전에서는 각 분야의 전문 인력이 총력전으로 나서 치열한 외교전을 펼쳤다. '젊은 외교'라는 타이틀을 걸고 '피겨 여왕' 김연아는 물론 스피드스케이팅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른 이승훈, 이상화, 모태범 등 현역 선수들까지 대거 차출했다.
기업인 출신의 조양호 유치위원장, 박용성 대한체육회 회장, 이건희 IOC 위원 등도 각개격파로 힘을 쏟았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비판 여론을 무릅쓰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사면·복권시켜 유치전에 전념케 했다.
선수 출신으로 현역 은퇴 뒤 스포츠 행정가로 성장하고 있는 재원들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2004 아테네 하계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 IOC 선수위원은 '윤리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 유리함을 안고 많은 위원들을 만나 고군분투했다.
비행거리만 지구 네 바퀴가 될 정도로 문 위원은 발벗고 돌아다녔다. 다양한 이해관계에 얽힌 수많은 위원을 두루 설득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선수위원을 집중 공략했고 호소력 있었다는 평가를 들었다.
쇼트트랙 여자 간판스타였던 전이경, 강광배 국제볼슬레이-스켈레톤연맹 부회장, 2002 솔트레이크시티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최민경 등이 지원 사격에 나섰다. 최민경은 지난달 대한체육회 신입직원 공채에 합격해 평창 유치전에서의 활약을 예고했다.
최근 국내 각 체육 단체장을 정치인이나 재계 인사가 많아 맡아 경기인 출신과 적정 비율을 이루면서 체육 행정에 비즈니스 마인드가 갖춰진 것도 자체 체력 강화에 한 몫 했다. 현역 시절 좋은 경기력으로 국제무대에서 인지도를 높인 인력들과 글로벌 경영이 몸에 익혀진 이들의 활약이 적절하게 조화됐다.
경쟁도시였던 독일 뮌헨의 경우 피겨 전설로 불리는 카타리나 비트가 직접 유치위원회 의장으로 나서 뛰며 IOC위원들을 설득했다. 세계적인 축구스타 출신인 베켄바워까지 깜짝 카드로 내세워 스포츠 강국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하지만 스포츠계는 물론 정부와 개최지 지역주민, 정·재계, 스포츠계가 힘을 합쳐 범국민적으로 작심하고 나선 평창의 힘에 제대로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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