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선발 싸움에서 졌다."
8일 대구 삼성전에서 완패한 롯데 양승호 감독이 속쓰린 패장 소감을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롯데 선발 고원준은 줄기차게 두들겨맞은 반면 삼성 선발 정인욱은 '에이스' 못지않은 호투를 펼쳤다.
삼성은 이날 경기서 선발 정인욱의 7이닝 2실점 피칭 속에 초반부터 화력이 대폭발하며 12-4로 완승을 거뒀다. 롯데로서는 뼈아픈 패배다. 4위 삼성에게 2연패를 당한 5위 롯데는 승차가 무려 5게임 차까지 벌어졌다.
이날 1군 엔트리에 등록된 정인욱이 선발투수의 임무를 완벽히 수행했다. 정인욱은 7회초까지 롯데의 화력을 최소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팀 승리의 디딤돌을 안정적으로 놓았다.
올 시즌 들어 양승호 감독은 '정인욱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4월 최악의 부진을 털어낸 5월에도 정인욱만 만나면 힘든 경기를 펼치더니 그 약세가 또 이어진 것이다. 실제로 정인욱은 5월부터 3경기에 출전했는데, 상대가 모두 롯데였다. 결과도 2승 무패에 평균자책점 2.45로 쏠쏠하다.
5월 5일 경기서는 5.1이닝 무실점으로 롯데를 상대로 시즌 첫 승을 수확했고, 25일 경기서는 이대호에게 3연타석 홈런을 얻어맞았지만 추가실점 없이 6이닝 3실점으로 호투했다. 이날은 결국 무승부를 기록했고, 롯데로서는 정인욱을 끝내 넘어서지 못해 속쓰린 기억 하나를 보탰다. 그리고 8일 경기서 정인욱은 또 한 번 롯데를 겨냥해 선발 등판, 호투를 펼치면서 시즌 2승째를 거머쥐었다. 사실상 5월부터 정인욱은 롯데를 전담하는 선발로 등판해 좋은 결과를 일궈내며 류중일 감독에게 미소를 안기고 있다.
특히 양승호 감독이 울상을 짓는 이유는 정인욱이 삼성의 '에이스'급 투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넘쳐나는 마운드 자원 속에 2군을 오르내리는 정인욱에게 줄창 당하기만 하니 강력한 화력을 자랑하는 롯데로서는 납득이 가질 않는 천적인 셈이다. 양승호 감독은 "(정)인욱이는 삼성 투수가 아니고 롯데 잡는 투수같다"고 헛웃음을 지을 정도다.
이날 경기 후 정인욱은 "올 시즌 롯데전에 많이 나오는데, 상대도 나를 잘 알겠지만, 나도 롯데 타선에 대해 분석이 돼있다. 자신있게 던질 수 있었다"고 '롯데잡는 투수'다운 소감을 전했다.
팀으로서 특정 선수에게 약한 모습은 일찌감치 깨버려야 한다. 자칫 징크스에 사로잡힐 수 있는 탓이다. 그런데 정인욱은 올 시즌 확실하게 '롯데 킬러'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양승호 감독과 롯데 선수들은 다음에 정인욱을 만나면 설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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