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에휴~."
삼성 류중일 감독이 한숨만 내쉬고 있다. 선글라스 너머로 보인 용병타자 라이언 가코 탓이다. 류 감독은 좀처럼 굳은 인상을 펴지 못했다.
류중일 감독은 3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전일(2일) 한화전에서 당한 일격을 되돌아보며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선발 차우찬의 교체시기와 그 뒤를 막을 소방수로 선택한 권오준 카드, 그리고 대타 가코 등 경기 전체를 복기하면서 순간의 판단이 경기를 그르쳤음을 한탄하고 역전패는 감독의 잘못임을 인정했다.
그리고 류 감독은 "이래서 야구는 결과론이고, 어려운가 보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와중에 류중일 감독에게 가코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공격력 강화를 위해 영입한 가코는 거포로서 타선의 핵심 역할을 해줘야 했지만, 정작 시즌 개막 후 거포는 고사하고 속칭 '똑딱이질'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시즌 초에는 곧잘 타점이라도 올려줬지만 현재는 그마저도 실종상태다. 지금까지 49경기에 출장해 거둔 성적은 1홈런, 장타율 3할4리, 타율 2할4푼7리다.
류 감독은 가코 얘기가 나오자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 알면서 가코에 관해서는 좀 묻지를 마라. 내가 어떻게 답을 해야될 지 모르겠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취재진은 한 동안 가코 얘기를 꺼낼 수 없었다.
잠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류 감독이 가코에 대한 아쉬움을 진하게 표현했다. 계기는 '야왕' 한대화 한화 감독 덕분.
5월 팀 상승세 속에 한 감독은 '야왕'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이에 류 감독은 "나도 가코가 조금만 잘해주면 (한 감독 못지않게) 유행어를 곧잘 만들어낼 수 있다. 나믿가믿? 팬들이 왜 나믿가믿이냐고 했냐고 하더라"고 혀를 끌끌 찼다.
농담섞인 발언이지만, 류중일 감독은 가코에 대한 신뢰를 잃은 분위기다. 자칫하다가는 류 감독이 공개적으로 '나믿가믿(나는 믿을거야, 가코 믿을거야)'이라는 자신의 유행어를 철회할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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