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내 정신이 아니야. 다들 얼굴이 왜 이렇게 상했냐고 물어보던데."
김시진 감독의 얼굴에 그늘이 걷히질 않는다. 최하위를 지키던 한화가 최근 4연승을 달리며 상승세에 박차를 가하자 결국 넥센이 꼴찌로 내려앉고 말았다.
최근 SK와의 2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되면서 더욱 마음이 쓰렸다. 넥센 입장에서는 손도 써보지 못하고 꼴찌로 추락한 셈이다. 21일 문학 SK전을 앞두고 만난 김 감독은 "내 정신이 아니다. 다들 얼굴이 왜 이렇게 상했냐고 물어본다"면서 씁쓸하게 웃었다.
넥센은 최근 4연패 수렁에 빠져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3.19로 리그 2위에 올라있던 팀 평균자책점은 6위(4.22)로 내려앉았다. 선발 투수인 나이트와 금민철, 김성태, 김성현, 문성현은 연일 패배를 떠안고 있다. 지난 7일 한화전에서 김성현이 거둔 승리가 마지막 선발승이었다.
타격도 덩달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4번타자인 강정호는 타율 2할3푼9리로 허덕이다 5번으로 하향 배치됐고, 대신 4번을 맡고 있는 코리 알드리지도 2경기째 침묵하고 잇다. 3번 유한준마저 2할7푼9리로 최근 하락세를 보이면서 중심타선에 3할이 넘는 타자가 전무한 실정이다.
팀을 이끄는 감독으로서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문제가 보이면 고치면 되지만 한 두 가지가 아니니 그저 끌어안을 수밖에 없다는 심정이다. 김 감독은 "힘들어도 방법이 없다. 그저 인내해야지. 김성현, 금민철, 문성현 모두 인내하면서 기다려야지. 투수도, 타자도 마찬가지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 감독이 바라본 것은 '현실'이었다. "선수 없다고 우는 소리 해봤자 핑계밖에 안 된다. 주어진 여건에서 최대한 열심히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도망간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지 않나.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다시 주먹을 불끈 쥐었다.
김시진 감독은 이어 아직 시즌 초반임을 강조했다. 7개월에 이르는 장기 레이스를 달리다보면 어느 팀이든 기회와 위기를 만나게 된다. 김 감독은 "결과는 나중에 팬들이 평가해 줄 것이다. 운동장에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 보여준다면 나는 만족한다. 성적으로 인해 얻는 질타는 내가 감수하겠다. 대신 선수들이 잘 하면 그 근성만큼은 선수들 몫으로 칭찬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감독은 "어차피 내가 이 자리를 맡은 이상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부담스럽고 힘들게 느꼈다면 이 자리에 앉아있을 이유도 없다"면서 다시 한 번 마음을 추스렸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