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정신 차려! 수원!"
전반 31분께, 무기력한 수원 삼성 선수들의 플레이에 열혈 서포터 그랑블루는 집중하라며 소리를 쳤다. 올 시즌 처음 나온 '정신차려!'였다.
같은 K리그 팀을 상대로 그랬다면 별 일이 아니었겠지만, 이날 수원의 상대는 챌린저스리그(3부리그) 소속 포천시민구단. 낮에는 일하고 밤에 모여 축구를 하는 '주경야축'의 아마추어를 상대로 수원이 초반 고전을 면치 못했으니 서포터즈의 질타를 받을 만했다.
18일 오후 수원 월드컵경기장. '2011 하나은행 FA컵' 32강전 수원 삼성-포천시민구단의 경기가 열렸다.
통산 3회 우승을 자랑하는 수원의 자존심은 전반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월등히 앞서 전반부터 골 폭죽을 터뜨릴 것이라는 자신감이 넘쳤으나, 포천시민구단의 선전에 수원 팬들을 비롯해 구단 관계자들은 적잖이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원은 최성국-마르셀-박종진 등 호화 공격진을 내세우고도 상대 골키퍼 김동영의 선방에 속을 태웠고 전반을 0-0으로 마쳤다. 오히려 포천의 조성환, 이후선 등이 날카로운 슈팅으로 수원을 흔들었다.
살짝 열을 받았는지 수원 윤성효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염기훈, 베르손 등 공격수들을 투입해 골을 넣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챌린저스리그팀을 상대로 플랫3 수비라인을 구축했다가 놀란 뒤 공격 모드로 급전환한 것이다.
첫 골도 후반 17분에서야 나왔다. 베르손이 다소 지친 포천 수비진의 중앙으로 파고들어 오른발로 골망을 갈랐다. 그제야 수원 팬들도 안도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응원을 펼쳤다.
한 골이 터지자 후속골은 쉽게 나왔다. 24분 박종진이 아크 정면에서 기습적인 오른발 슈팅을 했고 여지없이 골대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33분에는 최성국이 아크 왼쪽에서 오른발 프리킥으로 한 골을 추가했다.
그래도 포천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뛰었다. 챌린저스리그를 대표해 나와 수원을 상대로 한 득점 자체가 역사가 될 수 있었다. 아름답고 위대한 역사는 43분 김영중이 수원 골지역에서 혼전 중 발을 들이밀어 골망을 흔들며 만들어졌다. 관중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그렇게 포천의 봄날 밤의 꿈은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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