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의 외국인 투수 리즈가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안타깝게 '완봉승'을 놓쳤다. 리즈는 11일 잠실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8회까지 무실점을 기록, 완봉승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1-0으로 앞선 9회초 장성호에게 역전 투런포를 허용하며 완봉승이 물거품됐을 뿐 아니라 패전까지 떠안았다.
그러나 이날 경기가 리즈에게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리즈는 장성호에게 홈런을 허용한 이후 후속타자들을 범타로 처리하며 9회초를 마무리했다. LG 타자들이 9회말 점수를 뽑아내지 못해 리즈는 패전투수로 기록됐다. 완투패였다. 그런데 완투를 했다는 사실이 리즈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온다.
앞선 7번의 선발 등판에서 리즈가 가장 긴 이닝을 소화한 것은 6.2이닝에 불과하다. 실점도 꼬박꼬박 3점 이상씩 기록해왔다. 3실점 2자책점이 최소 실점 기록. 하지만 리즈는 이날 '첫 완투'라는 기록과 함께 9이닝 2실점으로 한국 진출 후 최다 이닝-최소 실점 경기를 펼쳤다.
리즈 개인에게도 그랬지만 LG 트윈스에도 남다른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3년 만의 외국인 투수 완투 기록 때문이다. 이날 리즈가 완투패를 기록하기까지 LG의 가장 최근 외국인투수 완투 기록은 2008년 옥스프링이 갖고 있다. 옥스프링은 2008년 9월 24일 SK전에 선발 등판해 8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옥스프링 역시 완투패. 당시 문학 원정경기였던 탓에 옥스프링은 8회까지만 던지고 임무를 마쳤다.
리즈는 2007년 하리칼라 이후 LG 첫 외국인 투수 '완봉승' 기록을 놓친 것이 아쉽지만 9이닝 완투만으로도 팀에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LG는 올 시즌 탄탄한 선발진을 바탕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혜성처럼 나타난 박현준과 함께 외국인 투수 리즈와 주키치가 제 몫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 최근 봉중근까지 부상 회복하며 가세해 LG는 4명의 든든한 선발진을 갖추게 됐다. 리즈의 완투는 LG의 강해진 선발진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예라고 볼 수 있다.
올 시즌 LG가 '용병 농사'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도 리즈의 완투패는 주목을 받는다. LG는 2008년 옥스프링이 10승을 올린 이후 외국인 투수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지난해 곤잘레스는 6패만을 남기고 떠났고 대체선수 더마트레 역시 4승 6패 평균자책점 8.22의 실망스런 성적을 남겼다. 16세이브를 기록한 마무리 오카모토 역시 뒷문을 확실히 걸어잠그는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리즈와 함께 주키치가 LG 선발진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그동안 외국인선수로는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던 LG는 리즈와 주키치로 그 한을 풀 기세다.
리즈 개인적으로는 스태미너에 문제가 있다는 지겨운 꼬리표를 떼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리즈는 그동안 '이닝을 거듭할수록 구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완투한 이날만큼은 전혀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총 투구수 117개를 기록한 리즈는 9회에도 150km가 넘는 강속구로 장성호에게 허용한 홈런 외에는 별다른 흠 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한국 무대 데뷔 당시 화제가 됐던 160km의 광속구는 보기 어렵지만 꾸준히 제구가 동반된 150km대의 직구를 변화구와 섞어 던지며 상대 타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아쉽게 완봉승은 놓쳤지만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선보인 리즈가 벌써부터 다음 등판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리즈는 지금의 좋은 컨디션을 앞으로도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완봉승 기회는 앞으로 또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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