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인기 있는 드라마들은 주연 배우들뿐 아니라 옆에서 감초 역할을 하는 든든한 조연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져 재미를 더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9년 만의 가을잔치'라는 드라마를 쓰기 시작한 LG 트윈스도 마찬가지다. '신데렐라'로 떠오른 다승 선두 박현준을 비롯해 회춘한 '적토마' 이병규, 캡틴 박용택 등 주연들 사이에 팀의 궂은 일은 도맡아 하는 조연들이 팀을 든든히 받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조연은 박경수다. 박경수는 크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팀에 꼭 필요한 활약을 펼쳐왔다. LG 박종훈 감독도 "박경수가 가장 보배같은 선수"라고 말했지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늘 박경수를 빗나가 있었다.
박경수가 보배같은 이유는 먼저 수비에서 찾을 수 있다. LG는 주전 유격수인 오지환이 플래툰 시스템에 의해 상대 선발이 좌완일 경우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고 있다. 그 공백을 박경수가 메우고 있다. 박경수는 주 포지션인 2루수는 물론 오지환이 빠질 경우 유격수 자리까지 맡아보며 LG 내야진을 이끌고 있다. LG의 다양한 공수 조합은 멀티플레이어 박경수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또 하나 박경수가 팀에 크게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볼넷이다. 박경수는 총 22개의 볼넷을 얻어내 이 부문 리그 1위에 올라있다. 김동주(두산)와 이대호(롯데), 정원석(한화)이 20개로 2위를 달리고 있다. 보통 거포들은 상대 투수들이 승부를 피하는 경우가 많아 볼넷이 많은 편이다. 거포 스타일이 아닌 박경수는 끈질긴 커트와 공을 끝까지 보는 선구안으로 많은 볼넷을 얻어내고 있는 것이다.
타율이 2할5푼2리에 불과한 박경수지만 볼넷을 많이 골라 걸어나간 덕분에 출루율은 3할9푼1리로 높은 편이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주로 1, 2번 타순에 배치돼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하거나 9번에 배치돼 상하위타순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팀에는 꼭 필요한 활약을 펼쳐왔지만 조연에 머물던 박경수가 10일 한화전에서는 당당히 주연으로 떠올랐다. 팀이 3-5로 뒤지던 7회말, 역전 만루홈런을 작렬시킨 것. LG는 박경수의 홈런 이후 2점을 추가하며 9-5 역전승을 거뒀다. LG의 이날 승리는 선두 SK와 승차를 3경기로 줄이고, 3위 두산과는 1.5경기로 간격을 벌린 매우 뜻깊은 승리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박경수가 있었다.
박경수는 올 시즌을 마치고 군에 입대한다. 1984년생인 박경수는 더는 입대를 미룰 수 없는 처지다. 사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입대를 계획했으나 절치부심한 팀의 가을잔치를 위해 미뤘다. 입대 전 마지막 시즌, 박경수는 팀의 '주연급 조연'으로 환하게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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