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리기자] '타짜'의 고니, '추노'의 이대길, 그리고 '마이더스'의 김도현까지 장혁은 드라마를 촬영할 때면 완전히 자신이 맡은 배역에 빠져든다. 정치한 캐릭터 설정과 끊임없는 캐릭터 연구를 통해 장혁은 배우 장혁이 아닌 작품 속에 생생히 살아있는 캐릭터로 다시 태어난다.
이번 '마이더스' 역시 마찬가지다. 장혁은 브라운관 속에서 보이는 김도현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김도현, 그리고 시청자들이 보지 못하는 김도현의 인생까지 모두 그려놓고 있었다.
◆장혁이 말하는 김도현의 매력…"얼음 같은 이성·불 같은 감성"
'마이더스'에서는 영화 '대부' 속 돈 꼴레오네의 대사가 자주 인용된다. 드라마를 통해 "그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겠다", "네 친구를 가까이 두어라. 하지만 네 적들을 더 가까이 두어라" 등 '대부' 속 대사들이 시의적절하게 등장하는 것.
장혁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 김도현의 매력에 대해 "감성을 나타낼 때는 굉장히 강하게 드러낼 수밖에 없는 캐릭터"라며 영화 '대부'를 예로 들며 설명했다.
"'대부'에는 남자 캐릭터에게 느낄 수 있는 연민이 있어요. 알파치노에 대한 부분만 본다면 능동적으로 자기 인생을 선택한 게 아니라 수동적으로 살게 된 사람이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능동적으로 냉혈한으로 변해가게 되죠. 끝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한 행동이지만 결국 가족들에게 외면받고 혼자 농가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게 돼요."
"'마이더스' 김도현의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에요. 김도현은 사실 화려한 그 곳에서 이루고 싶었던 정확한 목표는 없었어요. 어릴 때부터 가진 것 하나 없이 가게를 하는 엄마를 보면서 돈을 정말 증오하면서도 돈에 대한 현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되고 결국 부자가 되면 행복을 채울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뿐이에요. 그리고 그러한 욕망이 정현을 만나서 멈춰졌던 거죠."
장혁은 드라마 속에서 유인혜(김희애 분)의 제안 때문에 이정연(이민정 분)과의 결혼을 끝내 포기했던 김도현에 대해서도 "정연을 버린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도현은 주위의 유혹을 뿌리치지는 못하지만 정연이를 절대 버린 건 아니에요. 정연이에게 '돈을 통해 내가 그 행복을 줄테니까 조금만 기다려'라고 잠깐 시간을 둔 거죠. 김도현은 이해관계에 따라 사람을 버리고 취하는 그 차가운 곳에서도 감성 속 뜨거운 어느 곳에서는 이정연이라는 여자와 이정연의 아버지의 느낌, 그리고 철공소가 남아있어요. 이제라도 그 곳에 가고 싶지만 너무 먼 곳으로 온 거고요. 도현이는 밥을 같이 먹을 사람도 없고, 하고 싶은 말과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말,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말 속에 갖혀 있는 사람이라 그런 면에서 연민을 느끼죠. 그래서 돌아가신 엄마 앞에서나 집에서 혼자 읊조리듯 늘어놓는 말에서 감성적인 면이 드러나요. 늘 딱 떨어지는 슈트에 갖혀있지만 그게 풀어지는 순간 김도현은 행복해진다고 생각해요."
◆장혁이 말하는 드라마 '마이더스'…"'마이더스'는 외로움이다"
'마이더스' 속 김도현에게는 유인혜와 이정연이라는 두 여자가 있다. 장혁이 연기하는 김도현은 두 사람에게서 모두 어머니의 모습을 찾았다. 장혁은 "어머니의 모습이 두 캐릭터에 모두 다 있다. 유인혜는 자신이 감싸주었던 어머니이고 이정연은 자신을 감싸주었던 어머니"라며 "때문에 유인혜의 손을 뿌리치지 못했던 것이고 이정연 역시 놓지 못했던 거다. 김도현은 이정연을 '돌아갈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정연을 버리는 순간 자기 자신을 버리는 것이라 계속 주변을 맴도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장혁의 캐릭터 설정은 김도현의 복수극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한다.
"김도현이 유인혜에게 버림받았을 때 마치 엄마한테 버림받은 것처럼 모성애적으로 상처받은 거죠. 김도현은 어쩌면 유인혜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았을 때 '내가 저런 여자의 이상형일지도 몰라'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머니의 모습을 투영하게 돼요. 그래서 김도현은 천재인데도 이성적인 부분이 아니라 감성적인 부분으로 유인혜와 공감하게 되죠. 어떤 부분에서 '난 부자를 행해 달려가지만, 이미 그 자리에 있는 당신은 무엇을 위해 달려가는가'라고 질문을 던지는 면도 있고요. 때문에 김도현이 유인혜를 향해 그런 복수의 칼날을 겨누게 된다고 생각한 것도 있어요."
'마이더스'는 '2011년 인간과 욕망과 돈에 대한 보고서'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장혁은 "사실 우리가 갑자기 길을 가다가 만원짜리 한 장만 주워도 기분이 좋다. 돈은 현실적인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 세상에서 '돈이 싫어요'라고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라며 "'마이더스' 속에서는 돈을 만들어나가는 여러가지 방식이 보여진다. 도현은 돈을 벌기 위해 합법적이면서도 불법의 은근한 선을 넘나들고, 정연이는 이와 반대로 돈을 굉장히 좋은 의도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어 "돈이라는 건 어떻게 보면 종이에 불과한데 돈으로 할 수 있는 무엇이 있기 때문에 그것이 사용되고, 또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돈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하고, 김도현이라는 인물은 그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진짜 돈의 세계에 들어와보니까 감정이 아니라 이해 타산에 맞춰서 모든 일이 탐욕스럽게 가게 된다"며 "그러한 표현이 드라마 속에 총체적으로 녹아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제가 생각하는 '마이더스'는 외로움이에요. 미다스의 왕처럼요. 남에게 대리감은 줄 수 있지만 자신은 절대로 만족할 수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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