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진혁 (광주동성고-성균관대. 우투좌타 185cm 81kg)
"왠지 졸업하면 시원섭섭할 거 같다. 많은 걸 배웠던 4년이라 후회는 없다. 매번 우승 문턱에서 무너지면서 도전 의지가 더 절실해졌다. 꼭 정상에 설 것이고 내친 김에 프로 진출까지 이루겠다."
삼형제 중 유독 스포츠에 관심이 높았던 노진혁은 광주 대성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야구를 접한 뒤 투수와 타자를 병행하며 전라권에서 꽤 유명했다.
"야구부에 들어간 것이 정확히 11월 11일이었죠. 스카우트 하러 오신 감독님 눈에 띄어 지금에 이른 거죠. 형은 아니지만 8살 차이나는 막내 동생도 초등학교 때 1년간 야구하다가 관뒀어요. 지금 중학생인데 꽤 재능이 있거든요. 그런데 본인이 포기했어요. 하면 잘 할 것 같은데…"
형제 중에 유일하게 운동을 하고 있는 탓에 부모님의 관심과 배려는 늘 자신에게 향해 있다고 했다. 그것이 반드시 성공해 부모님 은혜를 갚아드려야 한다는 효심과 책임감으로 가슴 한 편에 오래 전부터 깊숙히 새겨져 있다.
윤명준(고려대4. 투수) 윤도경(두산. 포수) 등과 함께 동성고 시절 유격수로 활약하며 프로직행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로 꼽혔지만 꼬리를 무는 부상이 노진혁의 발목을 잡았다.
"애당초 대학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계속 다치고 아프면서 수술하고 쉬느라 성적을 내지 못했죠. 그 땐 정말 야구하고 싶지 않을 만큼 속상했어요. 하지만 대학에 와보니 게임을 보는 안목이나 기술적인 면, 파워 등을 제대로 배울 수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제게 대학 진학은 행운이 아닌가 싶어요."
선수들보다는 학부모가 선호하는 대학으로 유명한 성균관대는 노력의 대가가 결과로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팀이기 때문이다. 4년이라는 시간은 고되고 힘들지만 성균관대는 자타가 인정하는 최강 팀으로 프로 2군과의 연습게임에서도 손쉽게 승리를 따내는 등 탄탄한 전력을 자랑한다. 대학최강으로 입지를 다져 매 대회 결승진출을 놓치지 않았고 그만큼 프로 스카우트 눈에 자신을 보여줄 기회가 많았다는 것이다.
또한 각 팀 스카우트도 이른바 '성대 출신'의 성실함에 대해서는 혀를 내휘두를 정도로 높이 평가하며 앞다퉈 데리고 가겠다는 입장이다. 노진혁 자신도 성균관대 특유의 근성과 꾸준함이 몸과 마음에 젖어든 것 같다며 여유를 보였다.
"글쎄요… 프로가 어떤 곳일지 잘 모르지만 훈련 자체가 힘들어 쫓아가지 못하는 일은 없을 거 같아요. SK가 그나마 가장 고되다고 들었는데 저희 정도일지 궁금하네요. 어떤 팀 훈련도 두렵지 않아요.(웃음)"
손시헌(두산)과 강정호(넥센), 그리고 일본타자에서는 오가사와라(요미우리)를 닮고 싶다는 노진혁은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서는 장점보다는 단점만을 언급했다.
"대학 2학년 때까지는 그래도 제 능력을 어느 정도 보여준 거 같은데 작년부터는 욕심이 앞서면서 공수에서 모두 실망스러운 모습이 많았어요. 더 잘하려다 보니까 마음만 앞섰고요. 순발력이 부족하고 발도 그리 빠른 편이 아니고 수비 범위도 좁은 편이라 아직 갈 길이 멀죠. 프로 가면 3루나 2루수를 하고 싶어요."
고교시절 달지 못했던 태극마크를 대학 2학년 때 야구 월드컵대회를 통해 꿈을 이뤘고 작년엔 성균관대가 주축이 되어 출전한 세계대학야구선수권대회도 노진혁에겐 좋은 경험이 되었다.
"배우고 또 배워야 한다는 가르침의 시간이었죠. 프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뒷바라지 해주신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돈 많이 벌어 효도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웃음)"
▲조용호 (야탑고-단국대. 우투좌타 173cm 70kg)
"정근우를 보라. 작지만 완벽하지 않은가? 그런 2루수가 되는 것이 목표다. 두려움은 없다. 무조건 내가 최고다."
성동초등학교 시절 동네야구에서 파괴력(?) 넘치는 방망이 실력을 뽐내 향후 진로를 일찌감치 결정하게 되었다는 조용호는 부모님이 모두 운동선수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182cm인 아빠는 필드하키를 하셨는데 국가대표로 메달도 땄다고 하시던데, 잘 모르겠어요.(웃음) 엄마도 후지필름인가 실업팀에서 배구선수생활을 하셨다는데, 키가 165cm로 작지 않으십니다. 저만 이래요.(웃음)"
조용호는 요즘 고졸 선수들의 체격 조건이 워낙 출중해 기가 눌린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부모님으로부터 우월 유전자를 전수받지 못한 '불운'을 털어놓기 시작했으나 입가에 머물던 미소는 가시지 않았다.
"그래도 전 만족해요. 물론 타격에서 홈런을 펑펑 칠 수 있을 정도로 파워가 좋지 못하다는 건 아쉽지만 그것도 타이밍으로 커버할 수 있는 문제고, 수비를 보거나 달리는 거와는 전혀 관련 없잖아요. 투수 되겠다는 생각만 버리면 가능하죠.(웃음). 그런 거 보면 야구는 꽤 평등한 스포츠 맞아요."
그러나 프로무대는 다르다. 당당한 체격조건을 선호하는 건 시대를 막론하고 계속되고 있는 현실.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선수들의 신장과 체중은 전체 신청자의 평균치를 크게 웃돈다. 또한 실력이 엇비슷하다면 굳이 작은 체구의 선수를 고를 이유는 없기에 조용호도 더 많은 땀과 열정을 투자해야 한다.
"4학년이 되니까 진짜 걱정도 많아지고 소심해지더군요. 정한 운동량을 다 채워야 잠도 잘 수 있고…(웃음) 대만에서 동계훈련을 할 땐 체중도 3kg이나 빠졌어요. 저에게 3kg는 엄청난 거죠. 열심히 해서라기보단 스트레스가 그만큼 컸다는 거죠."
잠신중학교를 거쳐 경기고에서 진학했지만 1년 뒤 야탑고로 옮긴 이유를 밝힐 때는 다소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지환이 경기고에 오면서 부모님이 시합에 뛰지 못할 거 같다면서 전학을 선택하셨죠. 당시엔 그래야 하는 걸로 알았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무척 자존심 상한 일인데 그 땐 몰랐죠.(웃음) 그런데 (오)지환이 타격 보면 휴~ 굉장하죠. 하지만 수비는 저도 그 정도는 자신 있어요."
고교 때까지는 유격수를 담당했지만 대학 입학하자마자 어깨 수술로 휴식기를 가지면서 외야로 나갔다가 작년 후반기부터는 다시 내야로 돌아와 2루수로 정착했다.
"2루가 가장 저에게 맞는 거 같아요. 플레이 하기에 편하고. 물론 외야는 타격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있지만 제가 2루로 맘을 굳혔어요. 경쟁력 있잖아요. 빠른 발로 상대 투수를 괴롭히는 톱타자로 득점 많이 내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키도 엇비슷하고 같은 포지션에서 뛰고 있는 '국민 2루수' 정근우(SK)에 대해 조용호는 베이스러닝, 타격, 수비범위, 마인드에 이르기까지 뭐 하나 부족함이 없는 완벽한 이상형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덩달아 자신의 장점도 은근슬쩍 덧붙였다.
"저도 닮은 구석이 꽤 있거든요. 실전에 강하다는 것, 그리고 보기보다 훨씬 더 승부욕 강하고 독하다는 거.(웃음) 하늘은 공평하잖아요."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