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호 (장충고-고려대. 우투우타 182cm 82kg)
"프로지명도 목표였지만 대학대표로 선발되는 것을 우선으로 삼았다. 그런데 올해는 국제대회가 없어 뽑지 않는다고 들었다. 아쉽고 힘 빠진다."
서글서글한 외모에 밝은 성격의 김상호는 청구초등학교 시절 서울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단을 응원하며 선수의 꿈을 품게 되었고, 홍은중과 장충고를 거치는 동안 그 누구보다 화려한 시절을 보내며 생애 최고의 순간을 경험했다.
1964년 팀 창단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장충고는 2006년 대통령배 정상에 오르며 42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황금사자기까지 석권하며 시즌 2관왕에 올랐다. 당시 김상호는 2학년이었는데 이용찬, 이두환(이상 두산) 이승우(LG) 김명성(롯데) 등 선배들과 함께하며 이기는 게임을 많이 하면서 우승에 대한 도전을 배웠다. 1년 뒤 3학년이 된 그는 최원제, 김경모(이상 삼성) 박민석(두산) 백용환(KIA) 등과 황금사자기 2연패를 이뤄냈다.
"정말 지금도 잊지 못해요. 장충이라는 교명에 얼마나 큰 자부심을 느꼈는지 몰라요.(웃음) 그런데 전 프로보다는 좀 더 준비를 해서 제대로 실력을 키워야 할 것 같아 대학진학을 목표로 잡고 있었죠. 그런데 기대하지 않았던 고려대에서 저를 뽑아주신 겁니다. 정말 1차 지명 받은 것만큼이나 기뻤어요."
역대 장충고 졸업생 중 고려대 진학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김상호는 44년 만에 높아 보이고 인연이 닿지 않았던 벽을 허물고 최초의 장충고 출신 고대인이 되었다.
"양승호 감독님이 저를 보시고는 '깡다구' 있어 보인다며 같이 재미있게 야구할 수 있을 거 같아 뽑았다고 하셨어요.(웃음). 감독님이 그 해 학교에 부임하신 첫 해였죠."
지난해 10월 롯데 자이언츠가 양승호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영입하려던 당시, 김상호는 가장 먼저, 그리고 가까이서 스승의 고민과 선택 그리고 결단을 지켜보았다. 2011시즌을 앞두고 주장의 임무를 맡으며 누구보다 많은 시간 대화를 나누던 관계였기 때문이다.
존경하고 따르던 스승이 떠난 뒤 김상호는 프로야구 경기결과에 촉각을 세우는 버릇이 생겼다고 했다. 그리고 어느덧 롯데를 응원하는 팬이 되었다고 한다. 매일 펼쳐지는 경기 결과에 따라 쏟아지는 비판이나 악성 댓글들을 확인하며 양승호 감독의 든든한 아군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고.
"팀을 맡으신 지 얼마나 되었다고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감독님을 욕하는 글을 보면 화가 나고 속상하죠. 답답한 나머지 '좀 더 지켜봅시다'라는 댓글을 단 적도 있어요."
장충고 시절부터 지금껏 1루수로 활약 중인 김상호는 팀 상황이 늘 자신의 3루수 전향을 가로막고 있다며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았다.
"김동주 선수같이 되고 싶어요. 민첩하고 타이밍 잘 맞추고, 그 몸매에서 결코 나오기 힘든 수비도 너끈히 해내는 거 보면 정말 대단해요."
어떤 투수를 상대해도 기죽지 않고 찬스 때 제 스윙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김상호는 프로지명을 받은 뒤엔 3루수로 새롭게 거듭나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 김현우 (장충고-건국대. 우투우타 174cm 74kg)
"늦은 만큼 먼저 자리잡은 친구들을 따라잡는 것이 1차 목표다. 팀이나 순번은 상관없다. 먼저 백업 요원의 자리라도 꿰찰 수 있는 기회를 잡고 싶다."
수유초등학교 4학년 때 운동을 시작, 이수중과 장충고를 거치며 줄곧 유격수로 활약해왔던 김현우는 대학 무대에서는 내야수치고는 방망이에도 꽤 재능있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체구는 작지만 센스 넘치는 작전수행 능력이 뛰어나고 갖다맞히는 타격 능력 또한 좋은 편에 속한다.
김상호(고려대. 1루수)와 고교 동창이기도 한 둘은 진한 우정과 팽팽한 라이벌 의식이 확실히 공존하고 있는 관계다.
"한 대회가 끝날 때마다 타율이 누가 더 높은가 확인하고 자존심 싸움을 해왔죠. 똑같이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상대를 경쟁자로 삼고 대학시절을 보냈어요. 또 같은 내야수인지라 수비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털어놓기도 하고, 아무래도 프로에 간 친구들보다는 자주 연락하게 되면서 더 친하게 지내는 베스트프렌드가 된 거죠."
고교시절 짜릿한 우승에 대한 좋은 추억을 공유한 둘은 지금도 자주는 아니지만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다며 장충고 동문 특유의 끈끈한 동기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최근 교생 실습을 모교에서 하고 있던 중에 유영준(장충고) 감독이 엔씨소프트 스카우트로 팀을 떠나게 된 소식을 직접 접하면서는 그동안 학교의 명예를 빛내고 노고를 아끼지 않았던 스승의 새로운 삶에 아낌없이 축하의 인사말을 전하기도 했다.
"한 명이라도 더 대학에 넣어주시려고 사방팔방 뛰어다니셨잖아요. 감독님의 선택, 백 번 천 번 잘 하신 거 같아요. 아마도 선수들 보는 안목은 확실할 겁니다.(웃음))"
김현우는 스스로 고교시절엔 기량이 부족한 선수였다고 했다. 2008년 신인지명회의에서 전체 49번으로 롯데에 7라운드 지명을 받았지만 건국대 진학을 선택했고 그 결정은 옳았다. 신입생 시절부터 주전 자리를 꿰찼고 2학년 때는 대학야구선수권대회에서 타격상(21타수 12안타 타율 5할7푼1리)과 타점상(8타점)을 휩쓰는 등 타격에서 뛰어난 능력을 과시했다.
당시 어깨가 정상이 아닌 상태로 전반기를 마친 뒤 수술대에 오르는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작년에도 2루를 지키며 3할4푼대의 좋은 타격감을 보인 바 있다.
"재활을 하고 난 뒤 곧바로 나선 터라 좀 부진했죠. 그래서 2루를 보면서 수비의 부담을 줄였어요. 이제 완벽해졌으니까 프로 가면 다시 숏(유격수) 봐야죠."
쾌활하고 밝은 성격으로 팀 지도자의 신뢰와 사랑을 듬뿍 받는 김현우는 주장을 맡아 팀의 리더로서도 모범을 보이려 애쓰고 있다.
"요즘 후배들은 저희 때완 다른 거 같아요. 개성이 너무 강한 건지...자신만 아는 거 같아 씁쓸해요."
유격수 중에서는 신본기(동아대)가 가장 먼저 프로 지명을 받을 것 같다고 예상한 김현우는 자리를 잡을 수 있는 팀이라면 가리지 않고 적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프로행에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