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필기자] "소도시에 볼거리가 생겼으니 모두가 집중할 수밖에 없죠."
처음에는 반신반의 했다고 한다. 이 작은 농촌 소도시에 무슨 축구팀이냐고, 그것도 '아마'도 아닌 '프로'팀을 유치하겠다고 나섰으니 여간 시끄러울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시의회를 구성하는 의원들과 시장의 당적도 달라 꼬투리 잡기에는 그만이었다. 하지만, '축구'라는 스포츠 자체만 놓고서는 별 말이 없었다고 한다. 프로팀 유치 반대론자들도 "내가 언제 그런 소리를 했노"라며 괜스레 멋쩍은 듯 먼 산만 올려다봤다고.
조용한 도시를 하나로 묶은 상주 상무
인구 11만이 조금 넘는 경상북도 상주시. 국내 대표적인 자전거 활성화 도시에 곶감의 주산지로 알려진 것 외에는 딱히 내세울 것이 없었다. 한우가 유명하다며 앞세웠지만 강원도 횡성 등 경쟁 도시들이 많아 애매한 위치였다.
인구 밀도도 갈수록 농촌 도시의 특성인 역삼각형 형태가 강화되고 있다. 노년층이 많은 대신 청년층은 타지로 나가고 유년층 자원은 감소하고 있다. 상주의 1년 평균 출산율은 400여명에 불과하다.
아이 울음소리 듣기 힘든 조용한 도시에 찾아 온 축구는 활력소로 작용했다. 비록 1년마다 선수가 바뀌는 군팀이라는 특수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문화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해 영화 한 편을 보려고 해도 40분 거리인 대구광역시로 이동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프로축구는 단비와 같았다.
지난 3월 5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개막전에는 1만6천4백 명의 대관중이 몰렸다.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하며 짜릿함을 안겼다. 미드필더에서 공격수로 변신한 김정우는 두 골을 넣으며 지역의 스타가 됐다. 상주에는 '김정우 모르면 간첩'이 됐다.
그러나 문제점도 드러났다. 30년 된 경기장과 단 한 번도 교체한 적이 없는 잔디가 애를 먹였다. 누런 잔디는 K리그의 질을 떨어트리기에 제격이었고 소도시에서 무슨 축구팀을 운영하느냐는 소리가 나오기에 딱이었다.
상주시 문화체육과 백상흠 직원은 "상무의 상주 유치가 결정된 이후 경기장의 유지, 보수 등을 위해 단 한 번도 휴일에 쉬지 못하고 일했다"라며 축구팀에 대한 큰 기대감이 상주를 덮고 있음을 전했다.
결단을 내린 상주는 잔디 교체 작업을 시도했다. 시의회의 동의가 필요했지만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성백영 상주시장은 15일 대전 시티즌과의 경기를 하루 앞두고 경기장을 방문해 4계절 잔디의 보식 상태를 확인하는 등 정성을 기울였다.
재미있는 것은 축구팀 유치를 반대했던 일부 시의원들도 몰래몰래 경기장을 찾았다고. 이들은 공사 기간 중 경기장을 찾아 시 축구협회와 구단 관계자들에게 "잘 되고 있는 겁니까?", "우리가 먼저 한 경기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걱정과 농담을 던졌다고 한다.

지역 문화 콘텐츠로 우뚝 서려면
잔디가 제대로 갖춰졌지만 앞으로의 문제는 관중 모으기다. 상주는 시내는 물론 외곽의 농촌 마을과 인근의 충청북도 보은, 충주, 제천, 경상북도 구미, 안동, 김천 등 근거리 도시들을 상대로 집중 홍보를 시도하며 관중을 끌어모을 계획이다. 마을 확성기, 이동 홍보 차량, 버스와 택시 광고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홍보에 열중할 생각이다.
16일 대전전에서는 보은에서 10대의 관광버스에 팬들이 나눠 타고 상주를 찾아 경기를 관전하는 등 인근 지역에 쏟은 애정이 나름대로 성과로 나타났다. 도시 주요 길목에도 경기 안내 현수막이 붙었다.
아쉽게 제3회 대한민국 자전거 축전 행사 시간이 겹쳐 개막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7천4백여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그래도 낮 1시 경기에 이명박 대통령의 축전 방문이라는 난제를 생각하면 선전했다는 평가다.
상주의 진태종 마케팅팀 과장은 "상주를 비롯해 경상북도 축구협회가 성공을 위해 열정적으로 뛰고 있다. 소도시에서도 프로팀이 성공할 수 있다는 롤모델이 되고 싶다"라며 지속적인 개선이 이뤄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제반 여건과 팬층 확대는 서서히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감독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경기 전 양 팀 감독이 취재진과 각각 구단 사무실, 인터뷰룸에서 외부 소음이 가득한 가운데 목소리를 높여 대화를 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일부 관중들의 관중석 구분에 대한 개념도 다소 떨어져 경호 인력들과 입장 및 이동 과정에서 소소한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구단 직원도 적어 한 사람이 수십 개의 상황에 대처하는 등 정신없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도움을 요청하는 부분이 많아서 자주 와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소도시에서 이정도면 훌륭하다고 본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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