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3무2패, 승점 3점으로 14위. 시즌 첫 승에 애가 탈 법도 하지만 인천 유나이티드 허정무 감독은 담담 그 자체다. 팀이 내,외부적으로 시끄럽지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묵묵히 선수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일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인천 유나이티드와 대전 시티즌의 프로축구 R리그(2군리그)가 열린 14일 오후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 관중석 한구석에서 경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허정무 감독은 묘한 웃음만 지었다.
팀 구성원의 3분의 2를 바꿔 K리그에서 가장 많은 50명의 선수단을 구성해 시즌을 출발했지만 보석 찾기는 너무나 어려운 일. 17일 성남 일화와 K리그 6라운드에 나설 예정인 인천 선수들은 오전에 훈련을 마쳤지만, 한 명이라도 신예 기대주를 찾아내 후보 명단에 넣고 싶은 허정무 감독의 마음이 R리그 경기장으로 발걸음하게 만들었다.
구단 직원이 건네준 자스민차를 마시면서도 몇몇 선수들의 움직임을 주의깊게 살피던 허 감독에게 인천의 시즌 초반 어려운 행보에 대해 묻자 묘한 표정을 짓더니 "그러게요. 뭘까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최악의 훈련여건
허정무 감독은 좋은 그라운드 여건에서 익히는 감각의 문제를 첫 번째 해결 과제로 꼽았다. 이는 연습구장 확보 어려움이라는 현실적인 여건과 연결되어 있다.
이날 인천 1군 선수단은 승기 연습장에서 훈련을 소화했다. 15일에는 문학구장 보조구장에서 전술 훈련을 한다. 하루씩 교차 사용을 하고 있지만 양 훈련장의 잔디는 만신창이에 가깝다. 다른 연습구장을 알아보려 해도 쉽지가 않다. 2003년 창단부터 해결되지 않은 오래된 문제라 더욱 답답하다.
특히 보조구장은 R리그와 내셔널리그 인천 코레일의 홈구장으로 사용 중이다. 시민들의 여가 선용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때문에 여기서 훈련할 때는 전술 훈련보다는 몸만 푸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
허 감독은 "여건이 너무나 안 좋다. R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도 불규칙한 잔디에 적응을 못하면서 경기를 한다. 결과적으로는 1군 본경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R리그 경기 자체가 의미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시민구단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는 구단 사정을 백 번 이해하지만 전용 연습구장 확보는 인천의 시급한 문제다. 좋은 잔디에서 감각을 익혀야 실전에서도 실력 발휘가 된다는 것. 그는 "안좋은 잔디에서는 선수 개인 기량을 확인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선수들도 잘못된 버릇이 들 수 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심리적 위축에 더해진 꼬리를 무는 '소문'
인천의 무승이 계속되는 가운데 허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의 심리적인 안정 도모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첫 승에 대한 압박이 과도한 움직임으로 이어지면서 팀 균형을 깰 수 있는 역효과도 알고 있지만 별다른 방법도 없다.
인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오래 있었던 선수들이 많아 잘 뭉쳤지만 올해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따로 노는 느낌"이라고 아쉬워했다. 즉 인천을 거쳐가는 구단으로 인식하고 자신의 기량이 돋보이는데 올인하는 성향이 보인다는 부연설명이다.
허 감독도 일부분 이런 점을 인정했다. 그는 "팀플레이가 최선이다. 개편을 하면서 어수선한 부분이 있긴 했지만 자신보다 동료를 생각하는 게 맞지 않느냐"라고 강조했다.
선수단 자체 내의 문제와 함께 여전히 마무리되지 않고 있는 구단 신임 대표이사 선임 문제도 속을 썩이고 있다.
인천은 오는 18일 다시 한 번 이사회를 열고 신임 이사진 선임에 나설 예정이다. 안종복 사장의 퇴임이 사실상 확정적이라 빠른 선임이 필요하지만 유력 후보 A씨에 대한 자격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당연히 선수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을 수밖에 없을 터. 허 감독은 "그 녀석들 운동에나 신경써야 하는데…"라며 말을 흐린 뒤 "어쩔 수 없이 영향을 받지 않겠느냐. 그래서 누가 오든지 간에 빨리 마무리 됐으면 좋겠다"라고 쓰린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선수들 과도한 SNS 몰입?
최근 스마트폰 등의 보급으로 유행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은근히 골칫거리다. 선수들이 공식 훈련 시간에는 모두가 집중하지만 개인 시간에는 온통 SNS에 매달리는 것 같다는 것이 허 감독의 판단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인천은 팬과의 소통을 위해 SNS를 장려하는, K리그에서도 가장 정보기기 사용이 활성화된 구단 중 하나다. 간판스타인 유병수를 따르는 팬들만 1만여명이 넘는다. 나머지 선수들도 대열에 합류했다.
직접적인 관중 증가 효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지만 선수 개인의 가치를 높이는 데는 큰 힘이 되고 있다. 구단은 SNS서비스를 전담하는 직원까지 배치했을 정도다.
허 감독은 "그런 것에 너무 몰입하다보면 개인 훈련 시간을 뺏긴다. 팬과의 소통도 분명 좋은 취지이지만 하루 종일 매달리는 선수들을 보면 아쉽다"라며 스스로 조절하는 자세가 필요함을 주장했다.
많은 문제들을 뒤로하고 허 감독은 지난 5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전을 계기로 경기력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자신했다. R리그 경기가 끝난 뒤 허 감독은 기자에게 "희망을 찾읍시다. 그렇게 될 겁니다"라는 말을 남긴 뒤 조용히 경기장을 떠났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