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프로팀 중 우승을 원하지 않는 팀은 없다. 야구 역시 마찬가지. 2011 프로야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력상 2약으로 분류되는 넥센과 한화가 4강진입을 우선적인 목표로 삼고 있지만, 김시진 넥센 감독과 한대화 한화 감독 역시 우승을 원하기는 매한가지다.
특히 두산과 롯데는 우승이 절실하다.
팀 사정상 김경문 두산 감독과 양승호 롯데 감독의 목표는 두말할 것도 없이 우승이다. 그런데 이들 감독이 스스로 정해놓은 정규시즌 목표승수가 달라 눈길을 끈다.
김경문 감독은 슬쩍 우승권으로 75승을 내비쳤다. 김 감독은 "내가 봐서는 각 팀들의 전력이 엇비슷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고, 75승만 하면 바로 우승이다"라고 툭 내던졌다. 올 시즌을 앞두고 말을 극도로 아끼던 김 감독으로서는 에둘러 두산의 2011 시즌 목표를 취재진에게 전달한 셈이다. 지난 시즌 두산은 73승 57패 3무로 정규시즌 3위에 그쳤다. +2승이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듯하다.
반면 롯데 양승호 감독은 초보감독답지 않게 단숨에 80승을 노리겠다고 했다. 모자창 아래애 매직펜으로 '80승'이라고 적어놓고 취재진에게 보여주면서 미소를 짓는다. 양 감독은 "80승을 하면 최소한 플레이오프에는 갈(직행할) 수 있다"며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그런데 80승 고지를 밟으면 올 시즌 판도상 우승이라는데 이견을 달 관계자는 없다. 양 감독도 사실상 '목표는 우승'임을 확언한 셈이다. 지난해 롯데는 69승 61패 3무를 기록했다.
1982년 원년 이후 정규시즌 80승 이상을 거둬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9차례다. 최다승 기록은 91승으로 양리그제로 시행됐던 2000년 드림리그의 현대 유니콘스가 기록한 승수. SK는 지난해 84승(47패 2무)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양승호 감독도 이를 모를 리는 없을 터다.
두산은 김경문 감독의 계약 마지막해라는 사실 외에도 우승에 한이 맺힌 팀이다. 최근 수 년간 SK의 벽앞에 무너지면서 매번 분루를 삼킨 두산으로서는 이번이 김경문 감독 체제하의 마지막 대권도전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필살의 각오로 시즌을 준비했다. 프런트 역시 더스틴 니퍼트와 국내 유턴을 선택한 이혜천을 영입하면서 마운드를 강화해 김경문 감독 지원에 팔을 걷어올렸다. 라미레즈가 신통치않아 걱정이지만, 올해는 반드시 'V4'를 달성하겠다는 각오가 팀 안팎으로 전해진다.
롯데도 만만치않다. 올해로 30주년을 맞는 프로야구 역사상 롯데는 1984년과 1992년 두 차례밖에 한국시리즈를 제패하지 못했다. 장병수 대표의 말대로 2011 시즌 우승하지 못하면 20년 동안 우승을 하지 못한 프로구단이 된다. 장 대표는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고 언급하면서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속마음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실제로 롯데는 최근 3년 연속 팀을 4강에 올려놓은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양승호 감독을 '우승청부사'로 영입했다.
쉽지않은 우승의 벽을 수 차례 경험한 노련한 김경문 감독, 그리고 패기 넘치는 신임 양승호 감독은 다른 목표 승수를 내세웠다. 2011 시즌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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