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임자도의 경사죠.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국가대표에) 계속 선발됐으면…"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에 선발돼 27일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활약했던 김귀현(21, 벨레스 사르스필드). 한국인 최초로 아르헨티나 1부리그에서 뛰고 있는 그는 많은 관심을 받았다.
경기가 열린 울산 문수구장을 찾은 김귀현의 외삼촌 박광운(44) 씨는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축하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자신의 권유로 축구에 입문한 김귀현이 올림픽대표팀 멤버가 돼 '태극마크'를 달았으니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터. 박 씨는 "대표팀에 발탁됐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 임자도에서 잔치를 했다. 경사 중의 경사 아니냐"라고 즐거워했다.
김귀현의 대표팀 발탁이 특별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아버지 김직(69) 씨와 어머니 박영덕(59) 씨 모두 청각장애로 의사소통이 힘들다. 더군다나 김직 씨는 폐질환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임자도 섬소년' 김귀현이 온 힘을 다해서 그라운드를 누벼야 할 이유다.
신장은 170cm로 양 팀에서 가장 작은 김귀현이었지만 특유의 투지와 저돌성을 앞세워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제 역할을 했다. 지난해 벨레스 2군에서 주장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던 버릇이 그대로 나왔다. 와병 중에도 구장을 찾아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아들이 뛰는 모습을 직접 본 김직 씨의 얼굴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중국의 거친 동작에 정강이를 가격당해 나뒹굴었던 김귀현은 금세 털고 일어나는 등 강한 승리욕을 발휘했다. 아르헨티나에서 귀국하는 여정이 힘들었던데다 너무 열심히 뛴 탓인지 그는 후반 6분 다리에 경련이 오면서 정우영과 교체됐다.
홍명보 감독은 김귀현에 대해 "팀플레이는 부족했지만 본인이 가진 기술은 잘 발휘했다"라며 격려한 뒤 "중요한 것은 미드필드에서 경기를 운영하는 능력"이라며 갖춰야 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홍 감독의 평가를 아는지 모르는지 임자도에서 원정 응원을 온 50여 명의 주민 응원단은 "김귀현 잘했다"라며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이들 주민들 외에도 관중석 한구석에는 김귀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2004년 남해축구클럽에서 김귀현을 눈여겨본 뒤 자비를 부담하며 아르헨티나로 축구 유학을 하도록 이끌어준 아르만도 마르티네스 코치였다.
리비아 유소년 상비군 대표팀 코치를 맡았던 아르만도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전쟁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잠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마침 제자의 올림픽대표팀 데뷔전이 있어 의미는 남달랐다. 김귀현의 가족과는 정을 나눈 한 핏줄이나 다름없다.
아르만도 코치는 "올 시즌 벨레스에서 김귀현의 위치는 주전이다. 때문에 팀에서도 대표팀 차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라고 전했다. 김귀현은 리그 6경기를 뛴 뒤 대표팀에 합류했다.
김귀현이 초등학교 4학년일 때부터 성장을 지켜본 아르만도 코치의 감회는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한국팬들이 놀랄 만한 경기력을 보여줬을 것으로 본다. 자질이나 능력은 최고라고 생각한다"라며 애제자의 성장에 만감이 교차한다는 감정을 표현했다.
김귀현이 앞으로 올림픽대표에서 살아남으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한 그는 "오늘따라 너무 많이 뛰더라. 의욕이 넘친 것 같다. 대표팀 데뷔전이라 그런 모양이다. 그래도 자기 할 일은 하더라"라며 평소와는 다른 플레이를 보였던 제자를 냉정하게 분석했다.
조언도 잊지 않았다. 자신이 선택한 선수가 대표급으로 성장해 무한 책임감과 즐거운 감정이 교차한다는 아르만도 코치는 "모두에게 기쁨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도 김귀현이라는 새로운 선수의 등장으로 힘이 되기를 기원한다"라며 제자에게 밝은 미래가 펼쳐지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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