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덕기자] 김건모가 '나는 가수다'에서 자진 사퇴한다.
김건모는 23일 밤 11시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소속사 미디어라인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건모의 자진 사퇴는 23일 MBC가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는 가수다)의 김영희 PD를 전격 교체키로 결정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김건모는 기자회견에서 "재도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건모는 이번 하차가 김영희 PD 전격 교체와 맞물려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20년 가수 생활을 한 내 도리인 것 같다"며 "프로그램을 만들 대장이 사라졌다. 전쟁터에 대장이 없는데 어떻게 전쟁이 될 수 있겠냐. 또 내게 재도전 기회를 준 사람이 그만 뒀는데 내가 거기에 더 있다는 건 우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김건모는 이번 자진사퇴가 순수하게 개인적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다른 가수들과 단체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 내 개인적인 사퇴다. 재도전 때문에 김영희PD와 프로그램에 부담을 준 데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재도전 때문에 물의를 일으켜 청중평가단과 시청자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가수들과 연대해 무언가를 하진 않을 것이다. 난 논란의 중심에 있었기에 다른 가수들과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김건모는 "김영희 PD에 대한 인간적 신뢰를 바탕으로 시작했지만 프로그램 자체도 노래를 잘하는 친구들에 대한 재조명 기회를 주고 노래 자체를 부각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며 "하지만 경연 후 무대 자체보다 탈락 등 서바이벌 위주로만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말 좋은 프로그램입니다. 대한민국에 노래 잘 하는 가수들이 얼마나 많은지 보며 시청자들을 행복하게 하는 좋은 프로그램 초반에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깝습니다. 남은 가수들이 잘 다져서 프로그램이 오래 가기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금 우리가 1기라면 앞으로 2기, 3기 때가 되면 자리를 잡지 않겠습니까. 점점 선곡도 더 좋아지고 있어 긍정적입니다."
김건모는 '나는 가수다'가 자신의 음악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꼴찌를 해서 창피해보기도 했고 날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에 얻은 기를 모아 앞으로 가수 인생을 더 열심히 살겠다. 곧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 작업을 시작하는데 다시 신인의 자세로 하라는 뜻으로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김건모다운 유머도 잊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어디 가서 '꼴찌 했던 김건모입니다'라고 웃으며 인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오십을 바라보는 '립스틱 바른' 김건모였습니다."
'나는 가수다'를 떠나는 마당에 '나는 이런 가수다'라고 자신을 표현해 줄 수 있겠냐는 질문에는 이광조의 '나들이' 가사를 인용했다.
'발길 따라서 걷다가/ 바닷가 마을 지날 때/ 착한 마음씨의 사람들과/ 밤새워 얘기하리라/ 가다가다가 지치면/ 다시 돌아오리라/ 웃는 얼굴로 반겨주는/ 그대의 정든 품으로.'
"'착한 마음씨의 사람들'은 '나는 가수다'에 있는 후배 가수들, 스태프들이겠죠. 저는 '웃는 얼굴로 반겨주는' 대중들의 곁으로, 대중들의 '정든 품으로' 또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그런 가수 김건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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