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신인투수 홍건희의 시범경기 첫 등판은 지난 12일 제주 오라구장에서 이뤄졌다. 9회까지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연장 승부치기가 연출됐던 이날 경기서 10회말 고졸 신인 홍건희에게 등판 기회가 돌아왔다.
10회 KIA가 2점을 내 4-2로 앞선 무사 1, 2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홍건희는 넥센 유한준과 지석훈, 고종욱을 삼진 처리하며 아웃카운트 세 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코리 알드리지에게 안타, 이숭용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1실점하고 만루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차분하게 자신의 공을 던지며 위기관리 능력도 있음을 알렸다. 시범경기에 처음 나선 고졸 신인의 경기 운영치고는 눈에 번쩍 띌 만한 좋은 투구를 보여준 홍건희는 이날 KIA의 가장 큰 수확이었다.
17일 SK와의 경기에서도 홍건희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0-3으로 뒤진 5회말 이대진-신용운에 이어 3번째 투수로 등판한 홍건희는 2이닝 동안 3피안타 1탈삼진을 기록한 후 마운드를 손영민에게 넘겨줬다. 연속 안타를 맞고 1실점하긴 했지만 두둑한 배짱을 바탕으로 힘있게 파고드는 몸쪽 낮은 직구는 '혜성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과도 같았다.
될 성 부른 떡잎을 바라보는 KIA 코치진은 흐뭇할 수밖에 없었다. 이강철 KIA 투수코치는 홍건희에 대해 "좋은 자질을 갖고 있다. 구위도 괜찮다. 몸을 조금 더 키운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투수"라고 평가했다.
키 186cm에 몸무게 81kg. 힘있는 직구를 주무기로 하는 투수의 몸집치고는 다소 가냘퍼 보인다. 이는 프로 입단 전부터 그의 콤플렉스이기도 했다. 이 코치는 "몸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연습경기에서도 힘있는 투구는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데 시범경기에서 첫 단추를 잘 꿴 것 같다. 자신감 넘치는 투구를 바탕으로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본인도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것 같다"고 칭찬했다. 시범경기에서 홍건희의 모습은 이전 유약했던 이미지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주눅들지 않고 상대타자와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만루 위기에서도 과감한 슬라이더로 정면 승부를 택한 홍건희의 배짱은 팀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코치는 "볼 구위도 좋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자신만의 공을 던질 수 있다는 마인드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아무리 구위가 좋아도 자기 공을 못 던지는 선수는 신뢰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KIA 마운드에 나타난 샛별, 하지만 속단은 금물이다. 전력 탐색의 성격이 짙은 시범경기에서의 등판이라는 점과,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예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강철 코치 역시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아무래도 1-2년은 더 있어야 고민할 수 있는 위치에 설 것"이라고 선을 긋었다.
더구나 윤석민, 로페즈, 양현종 등 리그 최강의 투수진을 보유한 KIA에서 1군 마운드에 살아남는 것조차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코치는 "지난 시즌만 같았어도 즉시전력감으로 투입될 가능성이 높았을텐데 올 시즌은 장담하기 어렵다. 워낙 좋은 투수들이 많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흐뭇하게 웃었다.
프로 무대에 첫 발을 내디딘 홍건희가 KIA 마운드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지를 마련할 수 있을까. 울창한 수풀을 뚫고 기세를 올린 장수는 여린 바람에 쉬 쓰러지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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