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기자] TV만 켜면 모르는 사람 투성이다. 일부에선 아이돌이 예능을 장악했다고 하지만 정작 브라운관을 뜨겁게 달구는 건 우리네와 똑같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범인들이다.
어느새 일반인의 '스타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한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이 케이블을 넘어 지상파까지 진출, 브라운관을 뒤덮고 있다.
지난해 Mnet의 '슈퍼스타K2'가 전국을 뜨겁게 달구더니 올해는 지상파도 오디션 프로그램 신설에 팔소매를 걷어부쳤다.
MBC는 '위대한 탄생'의 성공에 힘입어 이번엔 다른 종목으로 도전에 나섰다. 김영희 PD가 야침차게 준비중인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새 코너 '신입사원'은 아나운서 공개 채용 프로그램이다. 3월6일 첫방송을 앞두고 이미 55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려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런 가운데 SBS가 오는 6월부터 '기적의 오디션'으로 글로벌 연기자을 선발한다고 공언했고, 공영방송 KBS에서도 오디션 프로그램 신설과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이런 흐름에 케이블도 빠지지 않았다. '한국형 오디션'의 포맷을 완성한 Mnet은 오는 7월 '슈퍼스타K3'로 돌아온다. 오는 3월10일 오디션 접수를 시작으로 장장 9개월 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포맷을 따온 tvN의 '코리아 갓 탤런트'는 최고 상금 3억원을 걸어놓고 이미 오디션에 돌입했고, 기존 가수들을 대상으로 한 서바이벌 프로그램 '오페라 스타 2011'은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이렇듯 방송계에 오디션 프로그램 '러시'가 몰아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적인 추세
대부분의 방송관계자들은 '세계적인 추세'의 하나라고 입을 모은다.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해 새롭게 느껴지지만 실상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이미 외국에서는 드라마와 어깨를 견주는 양대 콘텐츠 장르 중 하나라는 것. 실제로 미국의 방송 시청률을 분석해보면 '아메리칸 아이돌'을 비롯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상위 10위를 장악한 것을 알 수 있다.
◆드라마 소재 고갈·출연료 상승 속 '논픽션의 매혹'
드라마의 소재 고갈과 출연 배우들의 비용 상승 등 내부적 요소도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주요한 요인이다.
cJ미디어 이영균 홍보팀장은 "사람의 욕망과 성공, 감동의 스토리가 담겨있다는 점에서 드라마와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유사한 점이 많다"라며 "다만 드라마는 픽션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은 논픽션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것"이라고 차이를 설명했다.
이어 "실제 이야기처럼 재밌는 건 없다"면서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공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며, 앞으로도 한동안 인기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
일부에서는 전국민이 휴대폰을 사용하고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시대적 흐름'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석희 TV칼럼니스트는 "시청자들은 이제 TV를 시청하는데만 그치지 않고 쌍방향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출하는 데도 적극적"이라며 "오디션 프로그램의 '문자 투표' 방식이나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한 홍보 등이 잘 어우러져 결국 성공한 것 같다"고 평했다.
◆감정이입과 대리만족의 힘
우리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만 도전하는 삶을 보면서 공감을 하고, 눈물을 흘리며 때론 스스로 위안을 삼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노래와 연기를 향한 그들의 뜨거운 열정에 감동하고 그들의 성공을 간절히 바란다. 그것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가진 가장 큰 힘이자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모티브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기 속에 앞으로 브라운관을 사로잡을 '제2, 제3의 허각'은 과연 누가 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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