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로 일본에 패하며 '2011 아시안컵' 결승 티켓을 내준 아쉬움에 태극전사 23인은 고개를 숙였다. 연장 후반 종료 직전 황재원(수원 삼성)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지며 분위기가 최고조에 오른 뒤라 승부차기 결과는 더욱 쓰라렸다.
특히 승부차기 키커 선정에 대한 의문은 끊이질 않았다. 구자철(제주 유나이티드)-이용래(수원 삼성)-홍정호(제주 유나이티드)가 모두 실축한 가운데 다음 순번으로 예정됐던 손흥민(함부르크SV)-기성용(셀틱)도 하나같이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선수들이었다.
이 다섯 명의 A매치 출전 경험은 총 65회다. 평균 13회다. 이 중 기성용이 35회로 평균을 끌어올렸을 뿐, 그를 제외한 4명은 평균 7.5회로 '경험부족'이라는 타이틀을 붙여도 할 말이 없었다.
때문에 박지성(100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126회, 알 힐랄), 차두리(57회, 셀틱) 등 비교적 국가대표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이 왜 키커로 나서지 않았느냐는 의문부호와 함께 이런 카드를 뽑아든 조광래 감독에 대한 비판 여론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조광래 감독은 일본전이 끝난 직후 "경기 전날 승부차기 연습에서 가장 잘했던 선수들을 키커로 내세웠는데, 체력적으로 너무 지쳐 있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루가 지난 26일, 국내 취재진과 만난 조광래 감독은 승부차기와 관련해 손사래를 쳤다. 기자가 "일본 취재진들도 한국이 승부차기를 하나도 못넣는 것을 처음 봤다고 하더라"라고 전하자 조 감독은 "나 역시도 그런 경험이 없었던 것 같다"라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조광래 감독은 단도직입적으로 경험 많은 베테랑의 승부차기 키커 배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답이 될 만한 이야기를 내놓았다. 조 감독은 "(이)영표는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실축했던 경험이 있다. 그게 늘 따라다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영표는 부산 아시안게임 이란과 준결승에서 승부차기 키커로 나서 크로스바를 맞히는 실축을 했다. 이 영향으로 한국은 3-4위전으로 미끄러졌고, 이영표는 불명예를 안았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에는 군미필 선수들의 병역 혜택이 걸려있어 이영표의 심적 고통은 두 배였다. 이후 이영표는 승부차기 키커로 나서기를 꺼린다고 한다.
박지성에 대해서는 조 감독도 딱히 답을 주지는 않았다. 박지성은 2002 한일월드컵 스페인전 승부차기에 나서 성공한 뒤에는 좀처럼 키커로 나서지 않았다. 유소년 시절 승부차기에서 실축한 뒤 크게 낙심해 급박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피했다는 이야기가 전부다.
그러나 대표팀 한 관계자는 "베테랑들이 승부차기에 나서지 않았던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사전에 (조 감독과) 조율을 하지 않았겠느냐"라고 말했다. 즉 선참급들이 나섰다가 실패를 하게 될 경우 팀 전체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조광래호의 콘셉트인 '젊음'에 기대를 걸었다는 뜻이다.
조 감독은 "승부차기의 부담감은 상당하다. 젊은 선수들에게 큰 경험이 됐을 것이다"라는 짧은 말로 아쉬웠던 일본전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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