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만나서 무얼 하겠습니까. 더 이상은 서로 간에 감정 상할 일은 하지 않으렵니다."
롯데 자이언츠 배재후 단장은 허탈한 듯 웃었다. 팀의 간판타자 이대호의 연봉조정신청과 관련해 배 단장은 더 이상 구단 측에서 어필할 내용은 없음을 못박았다. 이대호와의 추가 접촉도 없고, 연봉조정위원회에 추가로 제출할 자료도 없다. 연봉조정위원회의 최종 결정만 기다릴 뿐이다.
이대호는 연봉조정신청 마감날인 지난 10일, 구단 측과 막바지 협상을 이어갔지만,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고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연봉조정을 신청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대호가 원한 올 연봉은 7억원. 이는 현 국내 리그에서 FA 계약자인 김동주(두산)와 동급인 최고 수준의 연봉이다. 이대호는 지난해 타격 7관왕과 9경기 연속 홈런 등 전인미답의 기록을 세운 점을 인정해달라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롯데 구단이 제시한 금액은 6억3천만원이다. 이는 2003년(FA 자격 취득해) 이승엽(오릭스, 당시 삼성)이 받은 프로 9년차 최고 연봉과 같은 금액.
양 측의 시각 모두 일리가 있다.
이대호는 물가상승률과 '이대호'의 이름으로 팔린 유니폼 매출액 등을 언급하면서 7억원 아래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태도다.(모 언론에 보도된 이대호 유니폼 19억 매출설에 롯데는 '말도 안된다'고 부정했다. 롯데 구단은 이대호의 이름으로 팔린 상품 순수익은 2천만원 정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지난해 연봉협상 과정에서 실망한 경험도 이대호에게는 극단적인 선택을 내리게 만든 한 요인이다.
롯데 구단의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2억4천만원'의 인상액(이대호의 2010년 연봉은 3억9천만원) 자체도 전례가 없다는 것이다. 이대호의 인상액으로 책정된 2억4천만원은 팀내에서 이 금액만큼을 연봉으로 받는 선수도 없는 가운데(FA 계약한 손민한 홍성흔 제외) 형평성 차원에서도 '7억원'은 문제임을 지적하고 있다. 또 우승 프리미엄도 없고, 아직까지 한국 야구계에서 6억3천만원은 절대적인 화폐가치로도 큰 금액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롯데는 CF 알선(광고 수익은 5대5로 나눠가진다) 및 사인회 개최시 수고비 지급 등 구단 차원에서의 세부적인 배려도 생각해달라고 연봉조정신청 후에도 이대호 설득에 나섰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양 측은 연봉조정위원회에 모든 판단을 맡겼다. 20일까지 연봉조정위는 롯데와 이대호의 제출 서류를 심사해 어느 쪽이 옳은지 최종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제 롯데와 이대호는 더 이상 연봉문제로 접촉하지는 않을 참이다. 연봉조정위는 롯데와 이대호를 직접 불러 서류상이 아닌 실제 주장을 들어볼 계획이었지만, 양 측은 참석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와 이대호는 그냥 연봉조정위의 판단에 따르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배재후 단장은 "(이)대호도 조정위에 안간다고 하더라. 그런데 우리만 가서 무슨 말을 하겠느냐, 연봉조정위의 최종결정에 그냥 따르겠다"며 "대호도 연봉을 떠나 자신의 기록 가치를 알아보고 싶어하는 것이다. (연봉조정 후) 대호와 감정없이 풀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전했다.
롯데와 이대호, 이제 양 측은 차분히 연봉조정위의 최종결정만 기다리고 있다. 결론은 20일 내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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