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록지 않은 9구단 창단, 현실은 '산 넘어 산'

급물살을 탈 것 같았던 제9구단 창단이 일단 유보적인 분위기로 변해가고 있는 양상이다. 기존 8개구단 사장단은 9구단 창단에 동의만 했을 뿐 구체적인 사항은 차기 이사회로 미뤘다.

지난 11일 야구회관에서 열린 '2011년 제1차 이사회'서 난 결론은 간단하다. '9구단을 창단하는데는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것은 다음에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당초 9구단 창단 및 9, 10구단 동시 창단, 그리고 엔씨소프트의 우선협상권 등 관련 안건은 많았지만 4시간여 논의 끝에 나온 결과물은 한 마디로 '보류'나 다름없다.

이에 따라 KBO는 차기 이사회까지 9구단 창단 기업을 선정할 새로운 심사기준을 만들기 위해 바빠질 전망이다. 이상일 사무총장은 "7, 8구단 창단 때와는 다른 심도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그게 KBO가 맡은 숙제"라고 전했다.

여기서 눈길을 끈 발언이 있다. 이상일 사무총장은 "어제(10일) 내 책상 위에 2곳의 창단신청서가 놓여있더라, 하지만 기업들이 비공개를 원해 밝힐 수는 없다. 사장단에게도 밝히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즉, 일찌감치 9구간 창단을 선언한 엔씨소프트는 10일 공개적으로 KBO에 창단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다른 기업들은 소리소문 없이 일(?)을 처리한 것이다. 11일 이사회 결과 발표 전만 하더라도 현장에 있는 수많은 취재진 중 아무도 소문에 쌓여있던 2개 기업이 창단신청서를 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서 9구단 창단을 위한 과정은 더욱 복잡해졌다. 일단 엔씨소프트의 단독협상권이 사라졌다. KBO는 2곳의 기업이 추가 참여함으로써 동일선상에 3개 기업을 놓고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리 창단의향을 공개하며 야구관계자 및 팬들에게 당위성을 어필한 엔씨소프트라고 해도 추가 기업들이 모두 통합 창원시를 연고지로 원하고 있어 한 곳을 우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사실상 창단 기업 선정에서는 원론 단계로 되돌아간 셈이다.

이 뿐만 아니라 심사기준을 놓고서도 분명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KBO가 심사숙고 끝에 새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상황에서 3개 기업 중 복수의 기업이 기준을 만족시키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럴 경우를 놓고 이 사무총장은 "만약 (심사결과가) 비슷하다면 야구에 대한 열정이 좀더 평가에 플러스가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아직까지 새 심사기준을 만들기 전이라 즉석에서 내놓은 의견일 뿐이지만, 복수기업이 심사기준을 통과한다면 다른 심사기준을 또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추가로 신청서를 제출한 2개 기업이 비공개를 원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엔씨소프트와의 불평등 경쟁이라는 야구계 여론과 함께 차기 이사회서 어디인지도 모르는 기업을 심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노출 시기도 분명 논란거리다.

이외에도 가입금 문제와 롯데의 결사반대 의지 등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차기 이사회서 KBO가 애써 마련한 심사기준이 마음에 안든다고 다시 유보할 가능성도 없다고 할 수 없다.

이상일 사무총장은 "9구단에게 문호를 개방한 것이 큰 소득"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9구단 창단까지는 험난한 길이 전망된다. 2월로 예상되고 있는 차기이사회서 급진전이 없다면, 9구단 창단의 분위기는 크게 꺾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