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새해를 맞아 LG 트윈스 박종훈 감독이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박종훈 감독은 2011시즌 구상과 함께 속에 담고 있는 고민, 희망 그리고 달라진 LG 트윈스를 이야기했다.
지난해 12월 20일 미국 플로리다 마무리훈련을 마치고 귀국한 후 짧은 휴식을 취한 박종훈 감독은 5일 투-포수조와 함께 일찌감치 사이판 스프링캠프로 떠난다. 그야말로 쉴 틈이 없는 일정이다. 8년 동안 가을잔치에 참가하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 박종훈 감독의 말이다.
◆달라진 선수들 분위기, 희망이 보인다
LG 구단 역사상 가장 긴 마무리 훈련이었다. LG는 2010시즌을 마치고 곧장 남해와 진주, 플로리다로 이어지는 80여일에 걸친 마무리훈련을 치렀다.
"플로리다의 환경이 좋았기 때문에 선수들이 많은 부분을 느꼈을 것이다. 기량도 향상됐다고 본다. 캠프를 통해서 파악한 분위기는 선수들의 마인드가 수동적에서 능동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부임 첫해 잠실에서 훈련을 지켜봤을 때는 밝은 모습이나 자기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모습이 부족해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진지하고 밝았으며 하고 싶어서 하는, 습관적으로 해야 한다는 자세가 보였다."
박종훈 감독은 LG 선수들에게 가장 절실했던 것이 능동적인 자세였다고 말한다. 해야겠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선수들이 '내가 운동하면 좀 창피한데...'라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느꼈다는 박종훈 감독이다. 하지만 이젠 스스로 운동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점에서 희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젠 마운드에서도 '경쟁' 바람 불 것
박종훈 감독은 스스로 지난 시즌 투수에 대한 운용과 지식이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우리 LG가 가진 강점을 더욱 강하게 키우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투수보다는 야수 쪽에 포커스를 맞췄다. 항상 약한 전력으로 분류됐던 투수에도 신경을 쓰고 노력을 했지만 야수 부분에 치우쳤던 것이 사실이다."
박종훈 감독은 주전들과의 경쟁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견제세력'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지난 시즌 '작은 이병규'라는 재목을 발굴해 야수 쪽에서는 견제세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투수 쪽에서는 마땅한 견제세력이 없었다. 박종훈 감독이 말했듯 야수 쪽에 포커스를 맞췄던 결과였다.
"그래서 이번 마무리캠프에서는 투수들의 경쟁력을 높이려고 노력했다. 투수 쪽 견제세력들을 집중 조련했다. 많이 (활용 폭이) 넓어졌다. 올해는 마운드에서도 경쟁 바람이 불 것이다."
"신정락, 심수창, 김기표, 김선규, 박현준, 최성민, 한희, 이범준, 그리고 신인인 임찬규까지 모두 좋아졌다. 이 선수들 모두가 즉시 도움이 될 수 있는 전력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이 투수진 안에서 경쟁할 수 있는 세력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말이다."
박종훈 감독은 전력 보강에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가 '보충'이고 두 번째가 '향상'이다.
"보충은 쉽지 않다. 다른 팀들도 투수가 부족한 상황이다. 아무리 좋은 야수를 내놓는다 해도 우리가 원하는 투수를 내어줄 팀은 없다. 그렇다면 향상 쪽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스프링캠프에서도 경쟁 속에서 선수를 찾아가는 작업이 이어질 것이다."
치열한 자체경쟁을 통해 팀의 최대 약점인 마운드를 보강하겠다는 것이 박종훈 감독의 2011시즌 구상이다.
◆빅5? 이젠 '경쟁 7인방'이다
그렇다고 야수 쪽에서는 경쟁이 끝났다는 말이 아니다. 야수 쪽 경쟁은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외야의 경우 기존 '빅5(박용택, 이대형, 이진영, 이병규, 이택근)'에 급성장한 작은 이병규, 군에서 제대한 정의윤이 경쟁에 가세했다. 박종훈 감독은 "이젠 '빅5'가 아니라 '경쟁 7인방'이다"라고 말한다.
"작은 이병규가 자리를 잡음으로써 더 치열한 경쟁의 장이 됐다. 거기에 정의윤까지 가세했다. 야수 쪽 경쟁은 내가 강조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루어지고 있다. 큰 이병규가 자율훈련 기간 중 가장 먼저 나와서 가장 늦게 들어가는 선수가 됐다. (이)병규도 경쟁을 해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박종훈 감독의 최대 고민은 무엇일까. 박 감독은 대수비와 대주자로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제 4의 내야수'를 꼽았다.
"크게 보면 투수진이 고민이지만 대수비와 대주자로 활용할 수 있는 '제 4의 내야수'의 발굴이 현재로선 가장 큰 고민이다. 정주현, 이학준, 백창수, 윤진호, 정병곤 등을 생각하고 있다. 현재 옥석을 가리기 위해 코치진이 많이 노력하고 있다."
박종훈 감독이 고민하고 있는 '제 4의 내야수' 역시 경쟁을 의미한다. 2루수 박경수, 3루수 정성훈, 유격수 오지환으로 예상되는 LG 내야진 역시 고정 멤버는 아니라고. 언제든지 새 얼굴이 포지션을 꿰찰 수 있다고 박종훈 감독은 말한다.
박종훈 감독은 경쟁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능동적 자세'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혼이 담긴 경기를 하기 위해서는 야구를 대하는 능동적 자세가 우선돼야 한다는 말이다.
경쟁과 능동적 자세, 2011년 LG 트윈스에 던져진 최대 화두다.
◆전력이 약해서 성적이 안 나온다? 프로답지 못한 말
박종훈 감독이 부임한 2010년 LG 트윈스는 분명 강한 전력의 팀은 아니었다. 방망이는 어느 팀도 부럽지 않았지만 마운드가 문제였다. 정규시즌 6위에 그쳤던 것도 허약한 투수진 때문이었다.
지난 시즌 LG는 팀 타율 2할7푼6리로 롯데, 두산에 이은 3위를 기록했다. 한국 시리즈 우승팀과 준우승팀인 SK, 삼성보다도 오히려 높았다. 그러나 5.23에 이른 팀 평균자책점은 7위에 머물렀다. LG 보다 약한 마운드를 가진 팀은 최하위 한화(팀 평균자책점 5.43)가 유일했다.
"프로 구단의 감독이 전력이 약하다고 핑계대는 것인 프로답지 못하다. 내가 한 팀을 맡고, 그 팀의 결과가 나쁘다면 리더로서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책임을 질 수 있을 만큼 준비를 하는 것이 현명한 자세가 아닌가 생각한다. 누가 그러지 않았나, 감독은 잘리기 위해 존재하는 자리라고..."
최근 삼성의 선동열 감독은 계약기간을 4년이나 남겨두고 감독 자리에서 물러났다. 박종훈 감독도 2014년까지 계약돼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박종훈 감독은 개의치 않는다. 단지 자신의 '잡(job)'에 충실할 뿐이다.
◆박종훈 감독이 생각하는 LG 트윈스는 어떤 팀?
감독을 맡고 2년째를 맞는 박종훈 감독은 LG 트윈스를 어떤 팀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가능성은 있는데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던 팀'이 박종훈 감독이 바라본 LG 트윈스였다.
"이제 씨앗을 뿌린 것 같다. 선수들의 성숙한 자세와 마인드만 지속된다면 변화는 빨리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가능성을 성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씨앗이 뿌려졌다. 싹을 틔우고 그 싹을 자라나게 하는 것은 박종훈 감독과 선수들에게 달렸다. 성적만 난다면 지난 8년간 LG에 쏟아져온 부정적 시선들은 전부 해소될 수 있다고 박종훈 감독은 말한다.
"누구든지 결과가 나쁘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우리 선수들도 지금까지 해온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잘한 것이 없고 잘못한 것이 있는데 히히덕거릴 수 없다. 웃고 떠들 수 없다. 자중하면서 분위기를 끌고갈 수밖에 없다. 이런 것조차도 개인주의로 비쳐지는 것은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LG 야구는 자율적 분위기의 '신바람 야구'로 대변됐다. 그러나 지난 8년간 LG의 신바람은 실종됐다. 박종훈 감독은 LG의 신바람이 다시 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단,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박 감독의 생각이다.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돼 이기는 경기가 많아지면 당연히 분위기는 신바람을 탈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신바람을 낼 수 있는 선수들이 부족하다. 아기가 걸음마를 시작하고 만 번은 쓰러진다고 하지 않나. 아직 우리 선수들도 혼자 설 수 있을 때까지 잡아주고 이끌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훈련이 필요하다."
박종훈 감독은 인터뷰를 마치며 "잃었던 웃음의 30%를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의 좋은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끌고가 준다면 나머지 웃음도 전부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마무리 훈련을 통해 나타난 성과와 앞으로 펼쳐질 스프링캠프에 대한 희망이 바탕이 된 말이다.
"기(氣)라는 것을 믿는다. 성적이 좋을 때는 좋아하다가 나쁠 때는 욕하는 것은 진정한 성원이 아니다. 성적이 좋지 않을 때도 안타까워하며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모여 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LG 트윈스는 많은 팬들을 확보한 팀이다. 그 분들의 기를 받아 8년의 부진을 끊을 수 있도록 하겠다."
박종훈 감독이 웃음의 100%를 되찾을 수 있을지, LG 트윈스의 2011년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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