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제9구단 창단의 가능성이 무르익는 가운데 그 누구보다 이 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반기는 이들이 있다. 고교, 대학에서 프로 무대 입성을 노리는 학생 선수들이 바로 그 주인공.
프로구단 하나가 늘면 필요한 선수 수급도 따라 증가하는 만큼 2011년 새해를 맞는 이들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희망적이다.
그러나 고교야구의 경우는 이미 올 시즌부터 시행하기로 한 '주말리그제' 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학습권 보장을 통한 공부하는 운동선수' 양성이 주말리그제 도입이 꿈꾸는 것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상'만을 바라본 채 그동안 각 언론사가 주관하며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전국대회를 중단하고, 일정기간의 준비조차 없이 단번에 새 제도를 시행하는 데 따른 걱정의 목소리도 있다는 것. 당장 큰 변화를 맞게 된 현장 지도자와 선수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적으로 시기별로 진행되어왔던 전국대회 가운데 황금사자기와 봉황대기의 경우는 지역 예선 없이 전국의 53개 모든 학교가 공평하게 참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반면 주말리그제의 경우는 8개로 나눠 놓은 권역별 리그 내에서 상위권 몇 개 팀만이 전반기와 후반기 각각 왕중왕전에 출전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일단 지역 내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점은 선수들을 공부보다는 성적을 내야 하는 쪽으로 몰고갈 수 있는 이유가 더해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각 지역에서는 전국대회 예선이나 연습경기를 통해 자주 접하는 주변 학교들과 전통적으로 이어오는 먹이사슬 관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 결국 확실한 1,2명의 좋은 투수를 보유한 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엔 없다.
"지역별로 리그를 나눈 것 자체가 불공정한 거죠. 영호남의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팀의 경우는 이 제도의 희생양이 되는 거 아니겠어요? 공부요?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걸 갑자기 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일선 지도자의 반응은 이처럼 냉담했다. 유예기간을 두고 중학교에서 진학하는 선수들부터 적용을 해야 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결국 지역 내에서 고교 진학을 앞둔 중학선수의 스카우트 열풍만 더 거세지겠죠. 제대로 된 에이스를 확보하는 것만이 살 길이니까요."
물론 주말리그제의 긍정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다. 프로 진학과 대학입시에 필요한 개인별 기록이 기존 토너먼트 대회 때보다는 더 많아지면서 성적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즌 내내 한 두 경기밖에 뛸 수 없었던 약체팀의 경우에는 공평하게 실력을 평가받을 기회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선수들에겐 동기부여가 된다.
그러나 선수 입장에서도 능력에 따라 명문고를 선택해 진학하는 것이 수순인 것은 어쩔 수 없다. 때문에 결국 개인성적을 통합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가져다줄 것인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짙다.
일선 지도자들은 동문의 지원이나 관심이 줄어들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메이저 전국대회가 줄줄이 치러지면 4강 진출이나 우승 등에 대한 기대를 걸며 모교에 대한 자부심과 관심이 커지게 된다. 또 언론 노출을 통한 학교의 이미지 제고도 노릴 수 있다. 그런데 주말리그제는 지역 내에서만 매주 치러지는 만큼 동문 차원에서 지원의 손길이 그만큼 적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말리그제를 확실히 굳힌 축구의 경우를 좋은 예로 제시하곤 한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축구와 야구 종목의 차이. 축구는 매일 경기를 뛸 수 없다는 종목의 특성상 주말리그제가 비교적 쉽게 뿌리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야구는 다르다. 프로야구도 일주일 중에 단 하루만 쉬며 긴 레이스를 소화해내고 있다. 그런 종목의 특성에 대한 고민이 주말리그제 시행에 반연됐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고교야구계의 이런 새로운 변화에 대해 당장 성공과 실패를 단정지어 논할 수는 없다. 주말리그제가 시행이 되고 문제점과 손질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는 직접 경험해봐야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리그제 도입이 가져다줄 적잖은 파장이 2011년 야구계를 기다리고 있다. 과연 수 십년간 지켜왔던 제도를 단박에 바꿔 놓겠다는 대한야구협회의 의욕적이고도 야심찬 계획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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