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이경규가 부활했다.
이경규는 25일 밤 서울 여의도 KBS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2010 K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의 영광을 거머쥐었다.
'해피선데이-1박 2일'의 강호동, '개그콘서트-달인'의 김병만, '해피투게더 시즌3'의 유재석 등 2010년 한 해를 주름잡은 쟁쟁한 후배들을 제치고 얻은 값진 결과다.
이경규는 '남자의 자격(이하 남격)'의 맏형으로 김국진-이윤석-윤형빈 등 신구 개그맨들과 김태원-이정진-김성민 등 예능 늦둥이들을 조화시키며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한 때 고전을 면치 못했던 '남자의 자격'은 진정성 있는 따뜻한 미션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2010년 최고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러나 '남격'에 있어 올해 가장 중요한 것은 "'1박 2일'보다는 밀린다" 혹은 "'1박 2일의 후광을 등에 업었다"고 평가됐던 분위기에서 벗어나 '1박 2일'과 '해피선데이'를 함께 이끄는 형제 프로그램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이경규의 리더십과 보이지 않은 숨은 노력이 있었다.
남자들이 모여 뒹굴고 끊임없이 재미를 좇아 뛰어다니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세인 예능. '아저씨' 이경규 역시도 리얼 버라이어티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걸을 때가 있었다. '라인업', '간다 투어'로 연이은 고배를 마신 이경규를 향해 '이경규 위기론'까지 대두됐다.
그러나 이경규는 담담히, 그리고 묵묵히 리얼 버라이어티 속에서 자신만의 자리를 조용히 만들어 나갔다. 90년대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양심 냉장고', '몰래카메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이경규였기에 2010년 '남격'으로 보여준 그의 대상에 물음표를 던지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이경규의 대상은 이경규 본인의 영광 이외에도 큰 의미가 있다. 90년대 이경규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수 많은 예능인들이 사라진 지금, 이경규의 부활은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90년대에서 2010년까지 예능의 길을 걸어온 살아있는 역사, 너무도 다른 90년대 예능과 2010년 리얼 버라이어티를 이어주는 단 하나의 아이콘 이경규. 그래서 그의 'KBS 연예대상' 대상 수상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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