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의사 봉달희', '온에어', '자이언트'까지 3연타석 홈런이다. 2년만의 안방극장 복귀작 SBS 월화드라마 '자이언트'를 월화극 선두에 올려놓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시청률 30% 고지를 향하고 있는 '자이언트'의 이강모, 이범수를 일산의 한 야외촬영장에서 만났다.
이범수에게 "좋은 시청률 축하드린다"고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온다. "많은 사랑에 감사드린다"면서도 "이 사랑에 만족하지 않고 끝까지 잘 마무리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고 손사래를 쳤다.
◆늘 자신에게 엄격하려 노력해…"평정심 잃지 않겠다"
이범수가 출연을 결정하기 전 이미 '자이언트'의 이강모는 여러 배우가 고사한 역할이었다. 때문에 이범수가 '자이언트' 출연을 결심했을 때 주위에서 우려가 있었다고.
이범수는 "트렌디 드라마는 앞으로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선 굵은 남성적인 연기에 꼭 도전하고 싶었다"며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이범수는 "작품이 잘 되는 것은 혼자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며 "스스로 잘 된다고 생각할수록 객관적인 자기 잣대와 평정심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이언트'라는 좋은 작품을 선택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이범수는 "학교 다닐 때 배운 극작 공부가 대본을 선택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본을 선택할 때 가장 믿는 것은 자신의 '느낌'이라고.
이범수는 "내 판단과 느낌을 감히 믿는다"며 "작품을 선택하는 눈도 작건 크건 하나의 재능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결과는 성공적. 이번에도 이범수의 감은 틀리지 않았다.
이범수는 "늘 평정심을 잃지 않겠다는 마음이 뚜렷하다"고 평소의 마음가짐을 설명했다. 스스로 평정심을 잃었을 때 작품에서도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인기는 박수를 받지만 존경은 못 받아…"존재감으로 남고파"
'버럭 범수', '크림 범수' 등 이범수를 설명하는 별명도 여러가지. 그의 드라마는 늘 시청자들에게 인기다. 가끔 그런 인기에 도취되기도 쉬울 터.
이범수는 "한 때의 유행같은 배우는 싫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범수는 "인기는 박수를 받지만 존경을 받을 수는 없다"며 "존재감 있는 배우로 남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묵직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의 얼굴이 일순간 깊은 생각에 빠지는 듯했다.
그의 연기 지론은 시류에 영합하지 않겠다는 것. 이범수는 "시류에 영합한 이벤트성 배우는 싫다. 존경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자신의 뚜렷한 주관을 다시 한 번 힘주어 말했다.
알 파치노와 숀 코넬리처럼 존재감 있는 배우로 남고 싶다는 것이 이범수의 생각이다.
"나이를 먹어도 후배들과 한 작품에서 연기하고 싶다"는 이범수는 "연기를 잘 한다는 칭찬은 기분 좋다. 하지만 연기를 잘 하는 것은 배우의 기본"이라며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어도 존재감 있는 배우로 남고 싶다"는 바람을 얘기했다.
◆연기에 완성은 없어…"어떤 배우와도 차별화 되겠다"
'자이언트'는 당초 기획된 50부작에서 10부작이 늘어난 60부작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보통 16부작인 미니시리즈로 친다면 연이어 4편을 하는 셈이다.
이범수는 "장기간 한 작품에 집중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오랜동안 이어진 '자이언트'의 촬영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9개월 간의 긴 여정. 스스로 1년 가까이 이어진 촬영에서 페이스를 조절하고 잘 해냈다는 성취감이 든단다.
이범수는 "스스로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처음에는 긴 호흡의 드라마를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들었다고.
이범수는 "운동선수는 아프면 교체라도 하는데 드라마는 그것도 중간 교체도 안되지 않느냐"라며 "이제 미니시리즈는 껌이다"라고 유쾌한 농담을 건넸다.
농담을 건네며 웃던 이범수가 어떤 배우로 남고 싶냐는 질문에 다시금 얼굴이 진지해졌다. 웃음기가 싹 사라진 진중한 얼굴이다. 그러나 금세 답변이 돌아왔다. 이범수는 "나날이 발전하고 성장한다는 말이 좋다"며 "노년에 접어들어도 늘 배우고, 새롭게 깨닫고 싶다"고 말했다.
"연기의 완성은 없다"는 이범수의 말이 차근차근 바닥부터 밟아 올라온 '자이언트'의 이강모의 모습과 겹쳐져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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