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장난해?'
MBC 수목드라마 '장난스런 키스'가 시청자들의 외면 속에서 21일 막을 내렸다. 신드롬은 없었다. 오히려 존재감 없는 비운의 드라마로 남게 됐다.
'장난스런 키스'는 일본과 대만에서 애니메이션과 TV 드라마로 제작, 아시아 13개국에서 방영돼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때문에 국내에서 드라마화가 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순간부터 수많은 화제를 몰고 다녔다. 내로라하는 아이돌과 청춘 스타들이 캐스팅 물망에 올랐고, 가상 캐스팅을 놓고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질 정도였다.
'제2의 꽃남' 열풍에 대한 기대감은 높았고 제작진의 자신감도 컸다. 그러나 막상 두껑을 열어본 '장난스런 키스'의 성적은 참담했다. '장난스런 키스'는 평균 3~5%대의 한자리수 시청률을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시청자들의 혹평도 이어졌다.
'장난스런 키스'는 왜 한순간 기대작에서 실패작으로 추락했을까.
◆'김탁구'vs'여친구'...불운한 대진운?
사실 '장난스런 키스'의 제작진들은 흥행의 가장 큰 걸림돌로 '불운한 대진운'을 꼽았다.
시청률 40%를 돌파하며 '국민드라마'라 불리는 KBS 2TV '제빵왕 김탁구'라는 큰 산이 버티고 있었고 먼저 방송을 시작한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역시 고정 시청자층을 확보한 상태였다.
특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와 '장난스런 키스'는 10대~20대를 시청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점, 만화적인 스토리, 톡톡 튀는 캐릭터 등 유사한 점이 많아 뒤늦게 방송을 시작하는 '장난스런 키스'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청률은 1회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첫회 3.5%의 시청률로 출발한 '장키'는 곤두박질 치더니 급기야 2%대로 하락하기까지 했다. 올해 방영된 드라마 중 최저 시청률이었다.
드라마 관계자들은 '김탁구'의 종영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경쟁작의 퇴장도 '장키' 시청률의 변수는 되지 못했다. 6%대 시청률이 '장키' 최고 시청률이었다.
◆순정 만화의 말랑말랑 감수성은 어디로 갔나?
그러나 드라마의 저조한 시청률을 마냥 편성탓만으로는 돌릴 수 없다. KBS 2TV '성균관 스캔들' 역시 '동이'와 '자이언트' 등 대작 틈에 편성되긴 했지만 꾸준히 시청률이 상승, 10% 고지를 넘지 않았는가. 이런 사례를 감안해볼 때 결국 '장난스런 키스'의 낮은 시청률은 드라마의 완성도와 직결된다.
일본과 대만판 '장난스런 키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은 만화 원작의 톡톡 튀는 스토리와 재기발랄함 등을 충분히 살렸기 때문. 그러나 이같은 인기 요소들이 한국판 '장난스런 키스'에서는 실종됐다.
'장난스런 키스'는 원작에 충실했다. 그러나 만화 같은 전개만 있었을 뿐, 말랑말랑한 만화의 감수성을 살리는데는 실패했다는 평이다. 여주인공이 일편단심 짝사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전개에서 판타지는 일찌감치 사라지고 유치한 사랑놀음만 이어졌다.
주인공들의 감정선 역시 세밀하게 표현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남자 주인공 백승조(김현중 분)가 일방적으로 자신을 좋아하던 오하니(정소민 분)를 좋아하게 되고 결혼까지 이어지는 상황은 설득력 없었다.
시청자들은 개연성 없고 생뚱맞은 전개로 인해 공감대 형성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뚝뚝 끊어지는 연출도 감정 이입을 방해했다.
급기야 프로그램 홈페이지에는 '드라마 그림에만 신경 쓰지 말고 인물의 감정 등 디테일한 부분도 살려달라' '키스를 해도, 베드신을 해도 떨림이 느껴지지 않는다. 연출자의 자질 부족 아닌가' 등의 혹평이 쏟아졌다.
◆김현중-정소민, 밋밋한 연기...개성 못 살렸다
'꽃보다 남자'로 스타 반열에 올랐던 김현중과 신예 정소민은 쟁쟁한 라이벌들을 제치고 캐스팅됐다. 김현중의 존재감은 절대적이었으며, 정소민은 안방의 신데렐라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두 사람은 이 작품을 통해 매력을 충분히 발산하지 못했다.
김현중의 연기는 확실히 '꽃보다 남자' 때보다 나아졌다. 발음은 정확해졌고 연기력은 안정됐다. 그러나 매력은 오히려 반감됐다. 김현중이 연기한 백승조는 차가운 매력의 천재 미소년으로, 여주인공에 까칠하게 굴지만 속으로는 다정한 남자다.
그러나 이같은 입체적인 캐릭터를 디테일하게 살리지 못하고 평면적으로 연기하면서 오히려 캐릭터에 대한 거부감을 일으켰다.
정소민 역시 크게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했지만 밋밋했다. 만화 속 특유의 친화력과 상상 이상의 초긍정적인 자세를 지닌 오하니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다.
그러나 드라마 속 오하니를 연기하는 정소민은 때로는 답답하게, 때로는 밉상으로 느껴졌을 정도. 극 초반 '정소민의 원맨쇼'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정소민이지만 더 이상의 발전은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저돌적이고 무식한 봉준구 역의 이태성과 얄밉지 않은 악역의 이시영, 엉뚱한 시어머니 정혜영 등의 연기가 참신하게 느껴졌을 정도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